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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 Aug 12. 2020

여정의 기록을 시작하는 글

나의 가치를 찾아내고 싶은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일단, 이 글까지 흘러 흘러 들어와 주신 분들께 환영의 인사, 감사의 인사.. 그 외 모든 좋은 인사들을 전합니다.


 이 브런치는 제가 공부하는 내용을 분야에 관계없이 기록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배운 것들은 많았는데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해 본 경험은 별로 없거든요.

 이런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후 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았는데, 일하는 저는 어떤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지 정체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직장인으로서 7년 차고 시스템 운영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IT, 정확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공하고 공부했지만, 그 당시엔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고 졸업 후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발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 내가 맞닥뜨렸던 경험들을 돌아보면 


 첫 직장은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평가하고 인증해 주는 업무를 하는 곳이었는데 평생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일한다면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몸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 싶은 직무였습니다. 가장 열정이 넘치던 시기에 이런 것도 참기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건 회사 자체의 문화와 분위기였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어딜 둘러봐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지 않다. 절대로. 하는 생각만 들게 하는 어른들뿐이었으니까요. 더 자세히는 적지 않겠습니다.


 두 번째 직장은 외국계 언론사였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가장 꿈꾸던 문화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어요. 점심 식사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먹으면 되고, 가끔 친구나 회사 내의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잡기도 하고, 업무는 저 혼자 책임지고 있어서 마치 제 부서의 부서장인 것처럼 일해야 했어요. 자신 없는 영어로 미팅하고, 조율하고,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수행하는 버거운 것들 와중에도 성취감이 엄청났습니다. 비록 두 번째 직장이었지만 첫 직장을 3개월 만에 퇴사하고 다시 입사하여 사회 초년생과 다름없었는데, 하루하루가 도전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었고 부담감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업무를 배워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물러날 곳이 없는 절박한 기분으로 일했던 날들이었어요. 어딜 가도 무엇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던 시기였죠. 돌아보면 사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가고 있던 선배가 없으니 뼈대가 되는 원칙이나 업무의 프로세스 등을 충분히 익히지 못하고 일했던 많이 어설펐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요. 

 

 2년간 그곳에서 그렇게 일하고, 또 어떻게 인연이 닿아 세 번째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증권사의 IT 부서의 특정 시스템 운영 업무였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기존의 업무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들을 직면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업무가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어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한 구성원으로서 도움 없이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이곳은 시스템을 상대로, 기라성 같은 선배들 등 뒤에서 제가 할 일(문서 작업)만 잘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이곳에서 저는 저의 숨겨져 있던 강점을 찾았습니다.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잡혀 있는 일이 편하고, 문서로 업무를 표현하는 일에 능하며,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의 의도를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알아차린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건 저의 개인적인 강점일 뿐이었고, 업무적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을 안 받은 날이 없었습니다. 증권사 IT를 생각할 때 떠올리곤 했던 스마트한 이미지는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었습니다. 전 그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올바르게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어설펐고, 무엇보다 아무도 저를 한 사람의 몫을 하는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해도 그 의견에 무게가 실릴 리가 없는 분위기였어요. 이런 저를 저희 팀장님은 “적어도 2년은 지나야 모든 프로젝트의 주기들을 경험해 본 게 된다. 2년은 눈여겨보면서 잘 배우면 그것만으로도 잘하는 거야.”라는 말로 다독거려 주셨습니다. 그 말에 안심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근심이나 걱정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2년이면 내가 그렇게 자신감이 붙을 정도로 업무를 익힐 수 있는 기간이었는데, 그 긴 시간 동안 구경만 해도 된다고? 뭐가 맞는 거지?’


#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 잘 모르겠다고 멈춰 있을 순 없는 


 지금 생각해 보면 맞는 거란 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조직에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격에 따라 업무를 하는 방식이 다른 거죠. 다만 옳고 그름을 떠나, 저에게 맞는 분위기의 조직이란 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안주하는 타입이라고 항상 생각했었습니다.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예측되지 않는 한 치 앞을 불안해하며,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서는 섣불리 시작하지 않는 타입이거든요.

 이런 보수적인 성향이 안주하는 타입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분위기인 두 조직에 몸을 담아 보고 나서, 저는 안주하는 타입이 아니라, 보수적인 성향을 기반으로, 나의 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이뤄내는 경험을 쌓아야 삶에 활력이 생기는 타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불안해하지만, 한편 기대를 합니다.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하고 수행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눈치가 빨라 배움의 속도도 빠르고, 비슷한 것을 한 번만 경험해 봐도 그 후엔 가속도가 잘 붙는 타입입니다. 살을 걷어내고 원리가 되는 뼈대를 구분할 줄 알고 그것을 비슷한 상황에 적용하는 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의 과정이기도 했지만, 저 자신을 더 잘 알아갈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직장 내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을 할 때, 어떤 상황에선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 모든 과정이 저를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도 흘리지 말고 어떻게든 담아두어야 했는데 하나하나가 아쉽습니다. 


 벌써 7년 차 직장인인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될지,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할지 그런 답을 저에게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저뿐인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그런 답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솔직히 저의 커리어 발전 과정의 정체기인 것 같아요. 업무가 지루하고 새로운 것이 없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곳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생각이 드는 암흑기라고 해야 할까요. 다른 것에 도전해 보고 싶은데 어떤 분야에 도전해야 할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공부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어요. 현재 업무에 도움이 될 Self-Study가 될 수도 있고 가끔 독서하고 평소엔 잘하지 않는 깊은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과정들을 모두 기록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큰 즐거움일 것 같아요. 혹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혹은 조금의 관심이라도 가지고 계신 것을 제가 파고들고 있다면 여정을 함께 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고 더 힘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글로 다시 만나게 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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