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바디, 서구의 남성성과 아시아 문화권의 남성성을 중심으로
[W11_스타의 횡단 : 초국적 프레임에서 본 리샤오룽의 몸 혹은 중화주의적 남성성]
본 글은 크리스 베리(Chris Berry)가 쓴 글로써, 이소룡(李小龍, Bluce Lee)의 신체와 스타 이미지가 어떻게 초국적 맥락에서 중화주의적 남성성의 재구성에 기여했는지 분석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는 그의 유작인 <사망유희(死亡遊戯)(1978)>를 제외한 나머지 4편의 영화들(<당산대형(唐山大兄)(1971)>, <정무문(精武門)(1972)>, <맹룡과강(猛龍過江)(1972)>, 용쟁호투(龍爭虎鬪)(1973)>)이 연구 대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의 태생과 경력 자체가 초국적(transnational)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소룡은 영국인과 중국인의 혼혈로, 미국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성장하고 다시 미국과 홍콩을 오가며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그가 단순히 영화배우를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런 이소룡의 활약이 중화주의적 남성성의 재정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합니다.
1. 패배자의 승리
중화 영웅으로서의 이소룡의 성취는 패배자의 승리와 인종주의에 대한 투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의 영화들은 ‘패배자의 승리’ 테마의 변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소룡은 <당산대형>에서 중국 출신이 운영하는 태국의 공장 노동자를 연기합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노동자 둘이 살해되자 결투에 나서며 결국 사장을 죽인 뒤 경찰에 체포되며 결말을 맞이합니다. 크리스 베리는 <당산대형>이 민족성이나 종족성보다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정무문>은 이소룡의 영화 중 가장 민족주의적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이 영화는 1908년, 반 식민 상태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며 이소룡은 스승의 복수를 위해 일본의 가라테 고수를 상대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은 중국을 ‘동아병부(東亞病夫)’라고 조롱하고 이소룡은 '개나 중국인 금지’가 걸린 공원의 안내문을 격파합니다. 영화는 이소룡과 일본인에 의해 고용된 러시아인의 대결 장면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맹룡과강>은 토니 레인즈(Tony Rayns)가 지적한 대로 <당산대형>과 <정무문>의 테마를 결합한 영화로, 홍콩에서 온 시골뜨기 이소룡이 로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여자 사촌을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소룡은 지역의 건달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레스토랑을 구해내기 위해 웨이터들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고 그들과 대결한 뒤, 건달들이 고용한 미국인 무술가와 대결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용쟁호투>에서 이소룡은 소림권법을 수련한 국제경찰로, 백인과 흑인인 미국인들과 함께 악을 상대합니다. 이 과정에서 흑인 미국인은 사망하고 백인 미국인 동료와는 함께 적의 요새를 파괴하고 악을 무너뜨립니다.
크리스 베리에 의하면 이소룡이 나타내는 ‘패배자의 승리’ 테마를 이해하는 데에는 네 가지의 주된, 자주 겹쳐지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홍콩’, ‘디아스포라 중국인’, ‘제 3세계’,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승리를 쟁취하는 것’입니다. 이런 공통점들은 이소룡에 대한 제3세계 독해에 근거하는데, 이에 대해 비제이 프라사드(Vijay Prasad)는 “이소룡은 맨주먹과 쌍절곤으로 우리도 국제 자본주의의 악독함에 대항하는 베트남 게릴라처럼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 경합하는 남성성들
크리스 베리는 대부분의 논평자들이 ‘패배자의 승리’와 ‘이소룡이 전시하는 남성성’을 연결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크리스 베리는 남성적인 남성은 내러티브에서 일반적인 재권력화를 상징하며 이런 남성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 베리는 중화 남성성과 서구의 근육 문화 중심의 문화 사이의 연구들에 주목합니다. 크리스 베리에 의하면 매슈 터너(Matthew Turner)는 ‘서구식 몸만들기와 중국식 쿵후의 유일한 결합이 이소룡이라는 인물에서 구현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캄 루이(Kam Louie)의 연구에서도 중화 남성성에 대한 분석을 인용하는데, 문(文)으로 상징되는 유교적 남성성과 무술을 익혀 무(武)로 상징되는 남성성에 대한 설명이 그중 하나입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무(武)를 익힌 무사들의 몸은 거의 항상 물결치는 의복에 둘러싸인 문(文)보다 잘 드러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남성의 몸이 에로틱화되지 않습니다. 즉, 무사의 몸은 전투적인 용맹성만을 의미하며 애초에 중국에서는 ‘근육’이라는 개념조차 19세기에 서구식 해부학이 들어오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소룡 이전의 홍콩 액션 영화 주인공들은 목부터 발끝까지 몸을 강조하지 않은 헐렁한 옷으로 뒤덮여 있거나 칙칙한 전통의상을 입곤 했습니다.
따라서 이소룡이 영화에서 보여준 몸의 전시는 전통적인 무(武)의 남성성과 단절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소룡이 보여준 몸의 전시는 섹슈얼리티를 발산하기 때문인데, 이는 전통적인 무(武)의 남성성의 재확신이자 ‘디아스포라 중국인의 새로운 하이브리드한 문화에 맞추기 위한 변형’입니다.
크리스 베리에 의하면 이소룡이 보여주는 이 ‘하이브리드 남성성’에는 중국의 근대화라는 역사적 맥락과 미국식 코드가 섞여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소룡의 영화들에는 패배자의 승리라는 내러티브에 대한 민족주의적이고 반식민적인 요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소룡은 전통적으로 문(文)보다 경시되었던 무(武)를 선택함으로써 중국/아시아/제3세계가 힘을 가져야 함을 단언하고 있습니다. 루이에 따르면 문(文)은 윤리에 따른 질서와 규율에 복종하기를 강조한다고 합니다. 이소룡의 영화들에서도 힘을 사용하지 않는 문(文)의 속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후반에 극한 상황으로 치닫으면 배신을 하거나(<맹룡과강>), 명분을 잃음으로써(<당산대형>, <정무문>) 빛을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이 보여준 이 근대적이고 초국적인 새로운 무(武)의 남성성에는 미국식 코드가 전유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맹룡과강>에서 체포되는 대신에 여자 사촌과 이별하고 홍콩으로 돌아가며 사촌의 레스토랑은 안전하게 운영되는 결말은 미망인의 생명을 구해 주고 석양을 등진 채 떠나는 카우보이의 상투적인 모습과 유사하고 <용쟁호투>에서는 총잡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미국식 남성성의 코드를 전유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소룡이 미국식 남성성을 전유하는 다른 방식 중 하나는 그가 다른 중국 무술 스타들과는 달리, 자신의 셔츠를 벗고 상반신을 드러낼 때입니다. 할리우드 1950년대 역사극의 검투사 혹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자신의 근육을 전시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소룡에 대한 여성 인물의 반응은 이것이 단지 무술의 전시가 아니라 에로틱한 순간이기도 함을 의미합니다.
3. 이소룡과 퀴어 바디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의 벗은 몸에 여성들만 매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소룡의 몸이 퀴어 담론에 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의 영화들 중 2편(<맹룡과강>, <정무문>)에 출연한 배우, 웨이핑아오(魏平澳)에 주목합니다. 웨이핑아오는 <맹룡과강>에서 이탈리아 건달들을 위해 일하는 간부를 연기하는데, 그의 연기는 남성성이 결핍된 채 어른이 된 호모섹슈얼리티를 보여줍니다. 그는 이소룡의 가슴에 손을 대고 “
근육이 떨리는구나”라고 말하거나, 이소룡의 다리를 훑으며 허리 끈을 걷어 올려주는 등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여줍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외에도 이소룡의 몸에 대한 퀴어적인 이해는 비평적인 저작물에서도 다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이 비평가들은 이소룡의 나르시시즘, 동성애 이미지에 대한 코드에 대해 말하는데, 스티븐 테오는 ‘게이 비평가들’이 <맹룡과강>에서 보여준 거울 앞 훈련 장면에 대해 ‘이소룡이 자기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보면서 자위(Onanistic)’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한 레인즈는 이런 훈련 장면들로 하여금 관객들이 여자 사촌의 눈을 통해 관음증적으로 이소룡의 몸을 관찰하게 만들며 동시에 웨이핑아오가 이소룡을 칭찬하는 것에서 이는 게이적인 즐거움이 가미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 베리는 이러한 주장에 다소 거리를 둡니다. 이런 퀴어적 해석은 서구 중심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소룡이 보여주고자 하는, 초국가적이며 신무(新武)적인 남성성에 대한 재현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크리스 베리에 의하면 이소룡의 몸은 힘의 확신을 위한 수단이지, 게이 비평에서 다루는 것처럼 욕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근육을 전시하는 장면은 남성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목표이며 동시에 이런 장면에 대한 호모섹슈얼리티적 갈망은 근대 미국식 남성성을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존경과 동경이 욕망을 향한 토대가 된다면 이 둘 사이의 경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어서 이소룡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설명하면서, <맹룡과강> 속 마지막 대결을 설명합니다.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은 고용된 미국인 무술가 척 노리스를 콜로세움에서 상대합니다. 다른 아시안 무사들은 수치감으로 무너지는 반면, 백인인 척 노리스는 적임에도 꽤 존중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프라사드는 이 장면이 중국 문명화와 서구 식민지화 사이의, 미 제국주의라는 종이 호랑이와 떠오르는 붉은 동양 사잉의 전투를 상징한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이 콜로세움 장면은 웨이핑아오의 운명과 대조되는데
, 크리스 베리에 의하면 절대적으로 경멸시된 인물은 적의 지위를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웨이핑아오는 간부의 모습을 했으면서도 이소룡과 대결하지 않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의 이탈리안 보스에게 총으로 살해하는 최후를 맞이합니다. 크리스 베리는 적이지만 다른 최후를 맞이하는 이 두 인물의 대조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합니다. 덧붙여 이소룡의 신무(新武) 세계에서 문(文)은 연약하고 실패한 중국의 전통적 남성성, 다시 말해 동아병부로 취급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웨이핑아오는 문(文)을 상징하며 이를 경멸하는 의미에서 호모, 동성애자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론에서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이 보여준 몸의 전시와 그 몸에 끌리는 소행성(웨이핑아오)에 집중합니다. 그는 이소룡이 가진 신무적인 남성성과 함께 생산된 호모포비아에 주목하는데, 더 상세한 분석 끝에 크리스 베리는 이소룡의 신무적인 남성성 속에서 호모포비아의 인종주의적 구조를 찾아내었다고 말합니다. 전통적인 중국다움을 ‘호모’로, 미국을 이상적인 남성성으로 보는 것은 단순히 호모포비아적일 뿐만 아니라 중화 재남성화에서 자기 혐오의 흔적을 새기는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