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를 타고_1

원삼의 여름

by 버들유

매에맴 매에맴 찌르르르 찌르르르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리를 질러대는 매미의 울음에 방충망도 울릴 정도다. 한 여름 어디를 가도 귀가

저릴 듯 들리는 소리.

근데 난 이 울음이 마냥 시끄럽진 않다.

나에겐 매미의 울음소리가 곧 여름이다.

그리고 나에게 여름이란 6살 원삼면에 살던 꼬마의

나이기도 하다.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매미의 소리에 6살의 여름으로 돌아간다.



한 학년에 한 학급이 전부였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구석 진 초등학교

그 담벼락 옆, 넓은 마당을 함께 쓰는 집 두 채.

그중 큰집이 우리 집이었다.

다른 한 채엔, 나랑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와 두 살 터울의 형, 갈색의 긴 머리가 어울렸던 아주머니가 지내고 있었다. 기억 속 친절했던 아주머니와

날 잘 챙겨줬던 형제.

집 앞마당과 학교 운동장이 우리의 놀이터였다.

오빠와 동생 손을 잡고, 옆 집 아랫집 아이들 불러 놀면 다른 장난감과 인형은 필요 없었다.


무리 중 유일한 여자아이 었던 나는, 조금 더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그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며 유독 선머슴이란 말을 들으며 컸다. 소꿉놀이에 최적의 장소인 마당 텃밭은 우리의 무대였다.

흙과 돌멩이만으로 콩밥 한 그릇 뚝딱이었고,

잡초는 배추가 되고 빨간 맨드라미는 돌로 빻아

고춧가루가 되기도 했다.

그럼 따끈한 콩밥에 빨간 겉절이 한 접시.

풀냄새 가득한 한상으로 깔깔 거리며 잘도 놀았다.



다 털어 먹고 남은 맥심 커피병을 버리는 날이면

오빠와 나의 전쟁이 시작된다.

오빠가 계곡 물을 가득 채워 물방개를 키우면

나는 그 물을 버려, 흙을 채우곤 땅강아지를 키웠다.

그걸 발견한 오빠는 소리를 지르며 병 속 흙을 탈탈 털며 다시 물방개와 물을 채워 넣었다.

6살, 10살의 자존심 싸움으로 끝나는 이 전쟁에 결국 물방개와 땅강아지만 희생될 뿐이다.


잡히는 것이 곧 장난감이고 딛는 곳이 놀이터였던 그곳에 장마가 찾아오면 우린 약속이라도 한 듯

들떠있었다. 이 비가 어서 그치기만을!

해가 뜨는 그 순간 각자의 준비물을 챙기고 나와

산속을 향해 뛰어간다. 어딜 가는지는 알지만

어디 있는지는 몰랐던 나는 오빠 뒤만 졸졸 따라가는 그 길이 참 좋았다.


뒤엉켜져 있는 무성한 잡초를 해치며 도착 한 우리의 파라다이스.

이끼로 뒤덮인 폐 수영장엔 하늘을 비추는 초록빛깔의 물이 가득이다. 하늘을 부수며 뛰어드는 오빠들을 바라보니 갑자기 씩씩한 기운이 몸을 움직였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용기.

미끌거리는 계단을 붙잡아 호기롭게 뛰어들었다.


풍덩-


뜻밖의 잠수에 허우적허우적. 발은 무엇에도 닿지 않은 채 떠있고,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이 달팽이관까지 물살이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6살의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구나 싶던 찰나. 누군가가 허우적거리는 내 손을 난간에 끌어 놓았다. 본능적으로 잡은 난간에 숨을 후 뱉는다.

‘ 후. 살았다. ’ 6년 인생에 느낀 공기의 달콤함이란. 사실 이것이 나의 첫 수영이다. 첫 설렘의 떨림이

이토록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냥 끝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포의 떨림으로 온몸이 멈춘 듯했다.

겨우 눈만 뜨니 바로 보이는 개구리 한 마리.

시골 소녀가 개구리 따위에 소리를 지를쏘냐.

내 앞에서 둥둥 뒷다리를 펄럭이며 헤엄치는 개구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개구리를 따라 눈알을 굴리다 보니 초록으로 뒤덮인 하늘과

틈으로 보이는 파란 구름.

그 아래 여전히 신이 나있는 남자아이들이 마치

펄떡이는 개구리들 같았다. 조금 찾아온 여유 덕에 다시 용기를 내본다.

‘ 그래 나도 오빠들처럼 놀 수 있어! 이 개구리만

따라가면! ’ 반가운 이 친구를 따라 다리를

크게 벌렸다 오므렸다. 다시 한번 온 힘으로 벌렸다 오므렸다. 그렇게 펄럭이다 보니 어느새 반바퀴를 돌았다. 비록 한 손으로 난간을 의지 한, 반쪽짜리

헤엄이었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다시 반바퀴를 돌며 사라진 개구리를 찾아 낙엽도 만져보고 이끼도 만져보며 놀다 보니

집에 갈 때가 되었다.

수건 따위를 챙길 요령은 없는 이 아이들은 벗어 둔 옷을 수건 삼아, 주섬주섬 왔던 길을 찾아 돌아간다.


오늘도 정말 잘 놀았다 -! 내일도 잘 놀자!



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 표정들을 보아하니 다들

그런 것 같았다.

매일매일이 짧았던 그곳의 여름 방학.

밥만 씹어도 맛있었던 그날의 저녁을, 그 하루를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꺼내고픈 이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여름이면 떠올린다.


어쩌면 치매가 걸려 이 글을 쓰는 서른셋의 나는

잃더라도 더 멀리 있는 여섯 살의 나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소중하고 사랑하는 나의 여름.

7월, 나의 타임머신인 매미를 타고 돌아간 여름의

하루를 보고 오니 오늘의 여름도 사랑하게 되었다.

다들 사랑하는 기억이 있다면 한번 남겨보라 말해주고 싶다. 덤으로 오늘도 사랑하게 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