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끝내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 선언 아닌 선언을
하고 새삼스럽게 축하의 인사들을 받기 바빴다.
간지럽고 민망한 이 축하들이 나를 또 깨운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을 것이란 오래된 다짐과
그 뜻을 공감해 준 오빠 덕에 갖게 된 확신으로,
나에겐 자연스러웠던 이 고요한 기혼의 시작이
‘설마 정말 안 할까’ 싶던 주변 사람들에겐 꽤나 긴 기다림의 맹랑한 결말이었을까.
갑작스러운 연락들과 날아오는 봉투들이
창과 방패처럼 오고 가기 바쁘다.
참 민망하고 어색한 이 대결에 나는 끝내 지고 만다.
뭘 바라고 결혼하는 것이 아니니,
일일이 대접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 마음 충분히
알기에 인사만으로도 참 고마웠다.
언제나 화들짝 놀라 한사코 거절을 해보지만,
친구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할 기회를 달란 그 진심이 담긴 말에 내가 들고 있던 오만함이라는 방패는 무너져 버린다.
반짝이는 눈에 또렷한 그 한마디
어쩌면 나 하나 편하자고 한 선택이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축복이란 내가 상상하지 못한 기쁨이구나
이번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만큼 자라나기까지 줄기의 마디마디 절간마다 그들의 응원과 위로가
있었다는 걸.
버티고 나아가고 포기하는 모든 순간마다 나왔던
그 힘은 결코 잘난 나의 것이 아니었구나.
내 삶의 풍성함은 줄기마다 엮인 이 사람들 덕이라는 걸 잊은 적 없다 생각했는데,
이를 계기로 나는 참 건방진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취하지 않는 삶을 살려는 나에게, 인복이라는 제일 커다란 것을 갖고 있으니 감사하자.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빛나는 이들의 미소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면
더 즐거운 추억이 하나 생겼으려나
잠시 상상을 해보았지만, 진지한 축하와
어색한 응답의 시간들 덕에 그들의 사랑이 더 깊게 박힌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정신없는 틈으로 새어나갈 감사가 아니라
하나하나 새기고 꺼내보며 어른이 되는 우리의 길에 큰 영양분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다.
나의 값진 영양분이며 튼튼한 줄기들 같은
친구라는 존재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