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생활의 어려움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벌레들과의 전쟁을 떠올린다.
사시사철 여름인 나라에서 개미, 모기, 파리 같은 해충들은 그나마 예상 가능한 존재다. 하지만 작은 도마뱀이나 가느다란 초록뱀, 바퀴벌레, 그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곤충인지 해충인지 모를 녀석들까지, 이곳의 생태계는 늘 사람의 생활 반경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다름 아닌 '개미'였다.
개미도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어느 집은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 때문에 집 안의 나무 구조물이 망가진다 하고, 또 누군가는 빨간 개미에 물려 상처가 오래간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개미는 아주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갈색 개미 떼였다. 작아서 더 성가신, 그래서 더 얕잡아볼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아이들이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 하나, 쥬스 한 방울에도 개미들은 어디선가 몰려와 순식간에 식탁 위를 새까맣게 뒤덮었다.
한번은 하교한 아이들 간식으로 주려고 도넛을 사와 식탁 위에 올려두었는데, 아이들이 집에 도착해 상자를 여는 순간 나와 아이들 모두 기겁한 적이 있다. 도넛 모양 그대로 개미가 빼곡히 올라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음식은 절대 식탁 위에 두지 않는다’는 규칙은 태국 생활의 불문율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개미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집요하다는 데 있었다.
김치찌개를 끓이다 떨어진 국물 한 방울에도, 계란후라이 조각 하나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놀라고, 그 다음에는 짜증이 났고, 나중에는 체념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쓱쓱 닦아내고 약을 뿌리며,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아찔한 동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정말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에 한 달 정도 다녀오기 위해 집을 비운 적이 있었는데, 나름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갔다고 생각했다. 돌아와 보니 다른 곳은 괜찮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이 개미들의 타겟이 되어 있었다. 커피메이커였다. 사용하고 남은 커피 캡슐 하나에 이끌린 개미들이 주인 없는 사이 커피메이커를 집 삼아 버젓이 점령하고 있었다. 애정하던 그 커피메이커는 눈물을 머금고 그 자리에서 정리해버렸다.
그걸로 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사실 그걸로 끝났어야 했다.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봉지를 뜯는 순간,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봉지를 뚫고 들어온 개미들이 꼬불꼬불한 면 사이를 점령하고 있었고 라면 스프에 취한 듯 꼬불꼬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개미들, 선 넘었네!"
확실하게 선을 넘은 개미를 더 이상은 눈감아 줄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다.
검색도 해보고, 지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뿌리고 붙이고 바르는 개미약을 여기저기 설치해봤지만 효과는 늘 잠시뿐이었다. 개미들은 약 친 부분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또 다른 길을 찾아냈고, 영역은 다시 넓어졌다. 결국 우리는 전문 방역업체를 부르기에 이르렀다. 개미와의 전면전, 말 그대로 화생방 작전이었다.
전문 방역업체는 개미 전용 약품을 물에 희석해 집 안팎을 아주 꼼꼼하게 소독했다. 마당의 잔디와 조경수, 집 안의 주방과 화장실 하수구 주변까지 빠짐없이 분사했다. 그 뒤로 개미는 눈에 띄게 줄었다. 물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 나라에서 개미를 완전히 없앤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소독을 하며 관리하는 쪽을 택했다.
생각해보면, 개미 덕분에 배운 것도 있다.
더운 여름 나라에서는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 덥다고 늘어지고 게으름을 부린다면 곧바로 생활의 불편으로 돌아온다는 것. 조그만 갈색 개미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조금 더 철저해지게 되었다.
이 역시 파타야에서 생활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했던 통과의례였을 테지만, "쬐끄만 개미 시집살이, 맵다 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