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판

단지 꼬리와 머리가 만날 뿐

by 김아현

타원형 트랙 위를 달리면 꼬리와 머리가 만나지요

단지 꼬리와 머리가 만날 뿐입니다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한 만학도는 환갑이 되던 해에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한 어머니는 쉰 살이 되어서야 공무직에 합격했습니다.

한 여성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른 중반,

고시를 준비하여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죽어라 달리는 선수들은 꼬리만 잡을 뿐

함께 달리면 누가 머리고 꼬리인지 헷갈리는

이곳은 어차피 원형판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하는 사람들은

꼬리와 머리를 구분하겠지만

그것도 잠시 뿐


잘 나가는 거, 그거

많이 들어 봤지만

대체로 아찔한 것이더군요

무너지면 어차피 하지 말아야겠네

생각하게 되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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