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 나무의 젖은 잎새가 다소곳이 정수리에 앉으면
보도블록 틈새에는 누런 풀들이
두 동강이 난 일(1)에 흥건하게 젖어
그 사이를 거닐고 거닐다 보면
구(9)로부터 시작하는 걸음과 걸음
질퍽한 걸음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석조 계단 무성한 우듬지 위로
포플러 나무의 젖은 잎새가
정수리에 다소곳이 앉으면
당신께 조금 늦은 답장을 보내는 시간
다시, 다시 구(9)로 돌아와
구(9)로부터 시작한 걸음과 걸음
불퉁 솟은 보도블록에 걸린
낱개의 미약한 숫자들
속으로 묻던 시간을
적어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