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열에 흐물거리는 철처럼 세상이 휘어져가던 참이었다.
달궈진 아스팔트의 아지랑이와 젖은 등판이 떠오르면
지난 한 달간의 낮들을 생각하며 빗소리를 들곤했다.
잠시나마 달아오른 공기와 땅을 식히던 비가 그치면
세상은 강한 열기로 인해 심한 각도로 휘어졌다.
비와 열이 엎치락뒤치락했던 모든 계절이 떠오른다.
울다가도 정해진 삶이 없다는 것에 다행스러워 하곤 했던.
그렇다면 이왕 내리는 빗줄기가 더 굵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