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힘들지 않을 거야
모녀(母女)가 걸어온다
가랑이 사이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저항하듯 고개를 숙인 모녀가 걸어온다
을씨년스러운 교정에는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이
백로의 울음소리가 공중으로 스산하게 퍼지고
나무와 주차장과 건물 사이는 알 수 없는 바람길
흐르는 눈물을 부비적 부비적 닦고
주머니 속 언 주먹을 펼쳐 새봄을 쥐어보고
부르튼 입술 사이를 비집는 번민으로 가만가만 말하고
이제부터는 힘들지 않을 거야
아무 말 없이 살랑살랑 앞뒤로 흔들리던 요람
딸을 위함이었을까, 당신을 위함이었을까
흐린 이월의 겨울은 견디지 못하고
교정 속으로 희끗하게 바래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