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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인포레스트 Sep 14. 2024

천성(天性)이 떠돌이 생활

될수록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미덕(美德)

  입사한 지, 1년 혹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만두는 신입 공무원의 행동을 이슈로 거론하는 매체의 보도를 보며 특별히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과한 표현으로 들리겠지만, 되려 의미 없는 의구심을 가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윗사람들의 갑질과 적은 봉급 때문에 생긴 당연한 조직 이탈이라고 주장하는 상투적인 호소가 아니다. 단지, 언제부터인가 될수록 한 곳에 오래 머묾을 미덕의 기준으로 여기기 시작한 사회의 시선이 이상하게 보였을 뿐이다. 

    

  스티커도 탈부착이 되는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특정 조직에 붙어있어야만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우리는 원래 자연을 집 삼아 돌아다녔던 떠돌이 인생이었다. 생존이 근본 목적이었고, 생존을 위협하는 짐승의 공격과 자연재해를 피하고, 견디며 그렇게 살아남았다. 살기 위해 움직였고, 행동이 천성(天性)이라서, 움직이면서 어떻게든 살아냈다. 대륙에서 대륙으로, 그 광활한 대지 위를 걸었던 조상들의 행동반경을 생각하면, 우리는 움직이는 것이 천성인 동물이 분명하다. 

    

  외력에 의해서든, 개인의 믿음에 의해서든, 본디 떠돌아다니는 천성을 꾹꾹 눌러가며 사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은 아니나, 그 생활 방식만이 또 정답은 아닐 것이다. 농경문화에 의한 정착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외적의 침입에 재빨리 피하기 어려워진 것처럼, 한 가지 일에 매몰된다는 건 불확실한 내일을 견딜 다른 힘을 기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한때 크고 잘 나가는 기업도 10년을 약속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들의 집합체인 조직들이 기업을 형성하니,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치며 무너지기도 하고 흥하기도 하는 일은 당연하다. 


  이렇듯 세상의 실상은 언제나 변수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한 자리에 머묾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관습은 갑자기 닥칠 여러 상황적 변수에 대한 대처가 취약해지고, 기타 색다른 경험으로 머리 그릇을 키울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어쩌다 정착 생활에 길들여진 동물일 뿐, 원래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경험을 통해 생존할 길을 찾아 나갔던 동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업 외에 자기 계발로 새로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어쩌면 생존을 위한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하였으나, 일찍 이직하게 된 것을 ‘불성실’로 ‘끈기 부족’으로 자신에게 이른 탓을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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