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선 사진책방을 다녀온 사소한 이야기

by 웅글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궁금한 것과 달리 어디서부터 좋은 사진인지 그 출발 지점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거 좋은 사진이라 평을 받던 사진작가들을 알아봐야지. 그 출발점을 안내해준 것은 서울 경복궁 서촌에 위치한 ‘이라선 사진 책방’이다. 사진집만 취급하는 책방으로 오래된 사진작가의 사진집부터 현대 작가들까지 빠짐없이 진열돼있다


‘이라선 사진 책방’은 성인 약 10-15명이면 꽉 찰 듯한 공간에 벽에는 책장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다. 눕혀 있고 세워져 있고 가운데 테이블에는 제법 크고 유명한 사진작가의 책이 진열돼있다. 아마 이 사진집을 모두 구경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공간이 작은 만큼 여유 있게 사진집을 보다 갈 수는 없다. 되도록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다면 그 위치가 어딨는지 주인에게 묻고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둘러보던 중 좋아하는 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사진집을 발견했다. 가운데 테이블에 놓인 브레송의 사진집은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맥북 프로 13인치 크기로 제법 무게가 2-3kg 이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가격을 확인하자 조심히 그 책을 내려놨다.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이성적인 생각이 필요했다


잠시 고민하며 그 옆에는 판호 작가의 <The Living Theatre> 사진집이 보였다. 크기는 11인치 맥북에어보다 넓이가 조금 더 넓었고 표지는 붉은 컨버스 재질이 눈에 띄었다. 바로 사진집을 펼쳤다. 해외 사진작가를 모르는 내게 뭐든 약이 되는 순간이었다. 판호 작가의 사진은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처럼 어떤 자신만의 구도와 명암, 빛 표현이 훌륭했다. 가격을 확인하자 브레송보단 좀 더 싼 가격이었다


브레송과 판호 작가의 사진을 번갈아보며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 또는 내가 지향할 사진과 일치해 보였다. 나는 브레송의 책을 놓고 판호 작가의 책을 결국 구매했다. 주인은 한창 새로 들어온 사진집을 인터넷에 게시하기 위해 글을 쓰던 중 일어나 계산을 도왔다. 이라선이 적힌 봉투에 판호 책을 넣어주고 핸드폰 번호로 적립금을 적립해 주었다. 서비스가 더 없나 생각했지만 비싼 가격 외에 별다른 건 없었다


구매를 마치고 잠시나마 책방 구석 의자에 앉아 짐과 마음을 정리했다. 판호 사진집에 대해 이라선 사진 책방에 대해. 그러자 정면에 1미터 정도씩 두 개의 창이 있음을 발견했다. 당시 시간은 오후 3-4시, 빛이 비스듬히 들어올 때다. 이라선 사진 책방에 두 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사진집이 진열된 책장과 벽으로. 문득 사진집에서 그들이 찍은 순간들과 같아 보였다


크게 격정적이지도 않으면서 화려하지 않지만 어떤 의미로서 마음에 다가오는 그런 장면. 책방에 손님이 4-5명과 주인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 빛을 향해 필름 카메라를 눌렀다. 바로 그 장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내게도 브레송이나 판호 그리고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남기던 하나의 장면을 가지게 된 것만 같았다. 문득 순간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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