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 Feb 10. 2023

음악 속의 신

  2018년의 겨울, 타이페이 다락방에서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고 싶을 때와 스피커로 듣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또 다른 옵션으로는 피팅룸에 사지도 않을 옷을 잔뜩 들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순간을 기억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날 소중히 다운받은 핸드폰 속 음악을 틀고 귀에 이어폰을 꽂았을 때. 엘리베이터 안이 온통 그 음악으로 가득해졌다. 혹시 정말 이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히 울려 퍼지는게 아닌지 걱정돼서 한쪽을 뺐다. 엘리베이터가 내는 익숙한 침묵. 옆의 사람은 내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내가 어떤 세상에 있는지, 이 좁은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도 몰라. 놀라웠다.


  어쩌면 그 때 나는 음악이 주는 단절감을 즐기는 법을 배웠고 포만감을 느꼈다. 공간의 흐름을 모두 잡아먹은 독재자, 혹은 신이 되는 거야. 반대로 공간을 지배하고 있을 때, 즉 나 혼자만의 공간에 있을 때는 스피커로 울려 퍼지도록 음악을 트는게 좋다. 멀수록 좋다. 음악이 벽을 타고 거울에 반사되고 침대 스프링에 튕겨 구르고 구르다 내 공간 안의 먼지들을 온통 묻혀 들어오는 것이다. 다 네거야. 이 공간의 먼지들 조차도. 결국은 소리와 공기조차도. 다 내거야.


요즘은 전만큼 음악과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다. 빛바랜 내 취미들이 다 그렇듯.

keyword
작가의 이전글 3월, 골목, 빨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