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어느 한 가지 일에 매진하지 못했다. 출간 준비를 하는 동시에 론칭을 앞둔 웹툰 작업을 이어가면서도 계획에 맞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한쪽 나사가 느슨해져서 움직일 때마다 덜그럭 소리가 나는 기분.
난 내가 잘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불확실함을 끌어안은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급한 건 성과를 빠르게 이루고 싶은 생각에 내면의 여유를 잃은 탓이다.
결과를 반드시 내야만 해.
노력한 만큼 인정받아야 해.
조급함에 뒤쫓기면 부담감에 압도되고, 마음과 몸이 결박돼 버린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지 않는 순간마다 겁을 먹고 하던 일을 손 놓고 싶었다. 난 재능이 없다는 생각과 열심히 해도 결과가 보장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끌어안은 채 꾸역꾸역 길을 걸어갔다. 한 보 후퇴하고 싶은 날에는 딱 반보만 더 가자는 생각으로 작은 결심을 되뇌었다.
물론 실패와 시행착오는 몇 번을 겪더라도 무감각해지기 어렵다. 매번 미숙한 결과에 자괴감과 실망을 낭비했다. 마음이란 노력하는 것이 결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해타산적인 바람을 암묵적으로 재생하는 곳인 듯했다.
과거에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이어지거나 노력이 배신당했을 때 두 가지 태도 중 하나를 고수했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
-나보다 잘난 사람들의 성과를 부러워하며 열등감에 휩싸여 환경만 탓하는 것.
그러나 이 모든 건 내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거나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 일 때 하던 것을 중단하고 체념하려는 태도를 경계하려 한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을 억지로 매진할 때 난 전과 다르게 마음을 고쳐먹는다.
“노력이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오만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게 기적인 것처럼 열정을 쏟은 일이 멋진 성과로 돌아오는 건
행운이자 기적이다. 그러니 잘된다고 들뜰 필요 없고 원하는 기준에 도달 못 했다고 해서 분개하며 비관적으로 봐서도 안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대신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걸어가기 위한 방법이란, 경험 상 한 가지밖에 없다. 과잉된 기대를 내려놓고 원하는 일에 대해 지치지 않는 애정을 유지하는 것.
어떤 분야의 일이든 결과만 뒤쫓다 보면 오래갈 수 없으며 도달하려던 목적지를 향해 애초에 왜 향하게 됐는지 이유를 잃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