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풀잎을 보며...
어릴 때는 휴먼다큐 같은 프로그램들을 보며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20대의 중턱을 넘어서며, 수도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끙끙 앓으며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웃음에 감춰진 아픔을 보지 못한 속상함에 눈시울이 붉어지게 됩니다. 그들에게 신의 존재는 사치와 같고, 사랑과 자비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남들이 평범하게 갖고 있는 작은 것 하나라도 내게 주실 수 없냐고... 그게 그렇게 어려우시냐고...' 이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마음 아픈 것은 더욱 상황이 악화 되어가도 그 가운데 그분의 존재를 느껴간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한 것 같은 그분이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나에게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멘트 사이 풀잎같은 존재의 떨림이 또 다른 이에게는 울림으로 다가섭니다. 자신의 떨림으로 누군가에게 울림이 된다는 것. 모두를 향한 그분의 손길임을 조심스레 느껴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시편 121:1]
작은 당신의 한마디가 나를 무겁게 하기에
저는 당신의 가벼운 말인 줄 알았습니다.
저를 무겁게 한만큼 당신 더 무거웠다는 걸
비 오는 거리 갈라진 시멘트 사이 살아내는
이름 모를 풀잎 끝에 아슬하게 맺힌
빗방울 보며 작게나마 아파봅니다.
초라한 나에게 맺힌 당신의 말씀이여.
오늘 나의 소리가 당신께 맺히기를
풀잎처럼 가녀린 떨림으로 기도합니다.
"당신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