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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회전문가 Jan 13. 2024

저장글만 가득한 내 브런치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저장글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발행하지 않은, 아니 못한 글들은 얼마 전 내린 눈처럼 쌓이는 듯하다 불현듯 비치는 햇빛에 사라진다. 솔직한 마음들을 적어놓고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건 왜일까. 그러면서도 또 글을 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돈된 글만 보이고 싶어 하는 나는 생얼로는 외출할 수 없다는 어떤 여자와 닮았다. 나는 그 여자를 보며 말하곤 했지. 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아? 사람들은 아무도 너의 생얼에 신경 쓰지 않는단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립스틱을 꺼내어 입술에 덧발랐다. 내가 뭐라고 그런 조언을 했을까. 주제만 다르지 나 또한 동일하게 살고 있는 걸. 


누군가 나의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아무도 나의 글을 달달 외우지 않는다. 내 글은 타인에게 영향력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블랙핑크쯤은 돼야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신경 쓰는 데에 의미가 있는 거지 경기도에 사는 30대 어느 여성의 이런 짧은 글 따위는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슈가 되려면... 블랙핑크를 욕하면 되려나. 내 아무리 생각 없이 살아도 스스로 인생을 하드모드로 바꾸고 싶지는 않으므로 한마디 외치고 마무리하겠다. 블랙핑크 짱.


여기까지 쓰고 또 너무 찌질한 모습을 보였나 걱정하는 나란 사람은 정말이지 찌질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한다. 

이렇게 기승전결이 없고 주제가 없는 글을 써도 되나. 

아니. 안될 건 뭐야. 

그래도 뭔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서 글을 쓰려고 했던 거 아니야? 

그게 뭐였더라. 아-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라서 아무거나 해도 된다고. 

너무 무책임한 말이네. 

아니 아니 그럼 말을 바꿀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아무거나 하자. 어때? 

좀 낫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저장 말고 발행해 볼게. 

그러든가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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