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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Sep 08. 2021

스타트업에서 나홀로 마케터가 된다는 것은

#1 얼렁뚱땅 스타트업으로

갑자기 스타트업이라니


 때는 2019년, 아는 분이 운영하시던 작은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퇴사 의사를 밝히고 다음 이직처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이 때의 나는 무엇이 그렇게 조급했는지 두 달간 국비지원 무료강의를 수강하고 그 후 강의에서 제안받은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 같이 일하던 분이 이직한 회사에서 또 한달 단기로 일을 할 정도로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였다. 


 특히 첫 단기알바를 했던 협회에서 로고 리디자인과 홈페이지 디자인, 구축까지 한 달 안에 혼자 해내야 한다고 했을 때부터 고생은 예견된 것이었다. 역시나, 내 몸이 중압감을 못 버텼는지 일이 끝나갈 때쯤엔 위염과 신우신염을 얻고 끙끙대며 집으로 돌아갔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때마침 네임밸류가 괜찮다고 생각되는 회사에 다니고 계시는 이전 직장 상사분이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해 주셨다. 이 때의 나는 그저 집에 있기보다는, 뭐라도 나와서 버는 게 좋지! 라는 짧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전 달에 무리하느라 탈이 났던 건 새까맣게 잊고. 이 회사는 마침 '정규직 마케터'를 뽑는 면접이 있어 다니고 있던 나에게 운이 좋게 면접 기회가 떨어졌지만, 산업군에 대한 이해도 회사에서 원하는 직무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나는 면접에서 보기 좋게 털리고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탈락의 고비를 마시고 한 달간의 짧은 계약기간이 끝나갈 때쯤 이게 웬 걸, 원티드에 간단히 올려두었던 내 이력서를 보고 '면접 제안'이라는 게 덜컥 왔다.



콘텐츠 마케터일까 디자이너일까


 지금은 상장까지 화려하게 마친 원티드이지만, 이 때만 해도 원티드 채용이 그렇게 성행(?)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이곳에 이력서를 올린다고 제안이라는 게 오기는 할까? 반신반의하며 올려뒀었는데 정말 면접 제안이 떡. 이 제안은 여기저기 치이며 땅이 꺼지도록 낮아지던 나의 자존감에 그저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었다. 


 제안을 보낸 회사를 여기저기 구글링해보니 비즈니스 모델이 흥미로운 스타트업이었다. 무엇보다 IT 기술을 접목하기 힘든 분야에서 처음 플레이어로 나서는 회사였고 스타트업이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환상도 있었던 것 같다. 면접 제안을 준 담당자의 따뜻한 글솜씨도 나의 꽁꽁 언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직무는 콘텐츠 디자인에 마케팅을 한 스푼 곁들인 정도의 JD였고, 그래서 이전 직장에서 디자이너로 시작해 브랜딩과 마케팅의 재미를 조금은 본 나로서는 더 끌렸다. 지금이라면 이 짬뽕된 JD는 뭐지? 하고 경계부터 했겠지만.


1차 면접은 공유 오피스 라운지에서 이루어졌다. 바로 직전에 봤던 면접과 상반되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같이 일하게 될 실무자분들에게 내가 했던 업무를 차근차근 자신있게 설명드리고 기분 좋게 면접을 마쳤다. 2차 면접도 대표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는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인사담당자의 친절한 합격 메일과 함께 스타트업에 첫 발을 디디게 되었고, 그렇게 스타트업 디자이너(?)로서의 생활이 시작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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