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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시 Apr 04. 2023

애착인형

장례를 마친 후 한 구석 남아있던 인형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 녀석도 누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을 하진 못했지만 주인 잃은 그 아이의 눈동자도 퍽 슬프게 느껴져, 꽉 끌어안고는 엉엉 울기만 반복했습니다. 누군가를 붙잡고 평생 이렇게 아프게 살아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다들 계절이 흐르면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모두의 감정이 고장 나 버린 걸까요?
 
우습게도 제가 가졌던 아픔은 한 바퀴 돌아 찾아온 어느 봄 연기처럼 제 몸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치 고장 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제 자신이라는 것을 비웃듯이. 살면서 그렇게 이상한 기분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하나 둘 겹겹이 쌓인 계절 안에서 기억이 소멸하는 것들을 느낄 때에도 그 인형만큼은 꾹 쥐고 서 있었습니다. 힘겹게 자맥질하던 어느 새벽 속에서도, 흐드러지게 취해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밤에도
 
누군가는 제 곁의 그 인형을 못마땅하게 바라봅니다. 프로이트 같은 표정을 하고는 혹시 유아 퇴행이 아니냐며, 글쎄요? 그럴지도요. 나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사실 마음이 마르지 못하여 차마 놓지 못했습니다. 그립다 라는 말로 담기엔 너무 커져버린 우울입니다. 당신을 닮은 그 인형의 커다랗고 까만 눈처럼
 
이곳에 짧게 있었으니 그곳에 조금만 더 머물러주길 바랍니다.  더 이상 활자조차 토해내지 못하게 될 때 즈음 다시 볼 테니까요. 그때엔 낡아버린 인형을 붙든 채 찾아온 나를 향해 반갑게 손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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