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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Sep 19. 2019

K가 묻는다. 구매에 유리한 전공이 있는지?

CPSM이 알려주는 구매 직무 취업 비법(03)


필자가 K를 처음 만났을 때 K가 내게 던진 질문이 있다.   

  

“팀장님, 구매 직무와 관련해서 기업에서 선호하는 학과가 따로 있나요? 아니면 문돌이와 공돌이 중 어느 쪽이 취업이 더 잘되나요? 누구는 문과 출신이 유리하다고 하고 또 어느 누구는 이과 출신이 경쟁력이 있다고들 하는데 누구 말이 맞나요? 제가 문과 전공자라 더욱 신경이 쓰입니다.”    


구매 직무에 특별히 유리한 학과는 없다. 기업이 취급하는 구매품목에 따라 응시 가능한 관련 전공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공학, 상경, 법정계열 분야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그렇다고 이게 꼭 정답은 아니다. 어학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학과를 지정해서 아예 자격을 제한하는 기업도 있다. 이과의 사례를 먼저 알아보자. 아래는 어느 화학 관련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공고이다.    


모집부문 : 구매

입사 구분 : 신입

자격요건 : 화학과 또는 화학계열 전공자

우대사항 : 해당분야 자격증 소지자    


이처럼 자격요건을 제한하는 경우, 전공이 다른 지원자는 절대 입사가 불가능하다. 기계가공과 관련된 제작업체라면 기계공학 전공자로 자격요건을 제한할 수도 있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신입사원을 곧바로 구매 직무에 배치한다. 현업에서 활용 가능한 전공자를 신입으로 뽑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반면에 생산팀이나 공무팀 등에서 1~2년 정도 근무한 인원을 구매팀으로 전배 하는 방법도 있다.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매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현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설비나 장비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에 적용된다. 입사는 공무팀으로 했는데 현재는 구매팀에 근무하는 담당자들을 가끔씩 만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도 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각각의 방법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어느 방법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기업 문화와 제품 특성에 따라 회사 스스로 효과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문과 출신도 이와 유사하다. 구매팀으로 직행하는 경우와 자재팀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구매팀으로 이동하는 방식, 두 가지다. 구매 조직이 서울 본사에 있는 어느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반드시 지방 사업장에 첫 발령을 낸다고 한다. 현장을 경험하지 않고 제대로 된 구매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게 오너(owner)의 철학이란다. 흔히들 말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자의 인식이다. 맞는 말이다. 문과 출신자는 이과 출신자와는 달리 해당 품목(기계나 화학, 금속 등)의 이론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완전 문외한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처럼 실물 자재와 제조현장의 경험 없이 구매 직무를 수행한다면 뜬구름만 계속 잡게 된다. 그 정도가 심하면 조직 내에서 투명인간이 되거나 바보가 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최악의 경우 스스로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학교에 구매 학과 전공이란 따로 없다. 이는 바꾸어 말해 구매 직무에 전공이 크게 상관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미리미리 챙겨둘 필요가 있다. 본인의 관심 기업이 있다면 구매 직무가 문과 위주인지 아니면 이과 중심 인지도 사전에 알아두면 좋다. 회사에 따라 선발 방식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문과가 강세인 기업도 있고, 이과를 고집하는 업체도 있다. 물론 전공을 구별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또한 현직 구매담당자들의 전공도 파악해 두면 도움이 된다. 특히 문과의 경우, 회사에서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학과가 있기 마련이다. 기업도 어차피 조직이다. 기존 구매담당자들의 전공에 따른 성과와 실적을 전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참고를 할 수밖에 없다. 아래는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구매 직무 담당자들의 전공에 관한 내용이다.     


주요 구성 : 문과 출신자 위주

선호전공 : 경영학과, 경제학과, 행정학과, 정치외교학과 등

배치 방식 : 신입의 경우 자재팀에 일정기간 근무 후, 구매팀으로 전배

기타 사항 : 이과 출신은 소수로 특정품목 구매 직무에 배치(타 부서 근무 경험자로 신입 불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한 후에 K에게 답장을 보냈다.
 
  "문과와 이과,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어요. 내가 희망하는 기업의 특성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문과 출신자가 입사를 하고 싶어도 회사에서 이과를 선호하면 어쩔 수 없어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먼저 정해 놓고, 자신의 전공을 맞춰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문과라고 해서 꼭 불리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꾸준히 준비하시면 됩니다. 주변에서 나도는 말들에 너무 흔들리지 마세요."
 
 필자가 현업에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문과와 이과의 전공자들은 제각기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문과 출신은 타 부서와의 협업이 우수하고 종합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경향이 많다. 반면 이과 전공은 자기 업무의 분석이 탁월하고 집중력이 있게 파고드는 능력이 강하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태도와 자세다. 뭐든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다. 자기의 장점을 모른 채 남의 장점만을 쫓다 보면 자신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날 구매 현장에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이미 전공의 경계도 허물어진 지 오래다. 문과 출신 신입사원이 전혀 생소한 구매 직무에 접하게 될 때, 그곳이 화학 관련 회사라면 원소 기호를 외어야 하고 기계 제작 기업이라면 도면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과 출신도 마찬가지다. 영혼 없는 공무원을 상대해야 하고 생소한 조직 관리 기법 등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본격적인 구매를 맡기 전, 신입이 현업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이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본에 관한 학습기간은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 정도가 적정하다. 적어도 이 기간에는 무엇을 해도 신입사원으로 용서가 된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신입사원으로서 약발도 떨어진다. 물어볼 것을 물어봐야지. 벌써 입사한 지가 언젠데, 그 따위 질문을 하는 거니? 대충 이런 분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보다 확실한 것은 이처럼 기본 학습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두고두고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사실이다. 신입이 현업에 배치되면 기본 이외에 배울 것이 넘쳐난다. 구매가 의외로 공부해야 할 게 많다. 새로운 품목에 대한 지식이나 신규 거래처 정보 등 배워야 할 것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때 기본이 없으면 버티기가 정말 어렵다. 기본을 배울 시간도 마땅치 않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쉽게 흔들리는 법이다. 이럴 경우 회사뿐만 아니라, 본인의 성장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본인의 전공과 무관하게 능력 발휘를 하는 특출한 친구도 가끔씩 있다. 반면 자신의 전공임에도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예상 밖의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본인 하기 나름이다. 이걸 깨닫지 못하면 직장생활은 정말 힘들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 회사의 구매팀은 대부분 문과 출신들이 많다. 한 때 사업영역의 확장으로 판매 제품의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가 있었다. 다루어야 하는 구매품목이 급격히 증가하고 다양해지자 이과 전공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당시 이과 출신 비중을 늘리는 것에 대한 회사 차원의 검토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회사 사정으로 실제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신입사원인 S다. 여성 합격자였고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의 문과 출신이었다. 아래는 S의 간단한 이력이다.
 
 성별 : 여자

 지원 : 구매부문
 전공 : 정치외교학과
 기타 : 여성 지원자임에도 처음부터 구매 직무를 지원    


S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여성임에도 구매 직무를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당시에 모집은 경영지원 부문으로 기획, 인사, 구매, 재경 등을 한꺼번에 선발하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여성 합격자는 인사나 재경 등의 직무를 희망하다가, 순위에 밀려 할 수 없이 구매를 선택하는 게 관례였다. 그때까지 회사 내의 구매 직무에서 여성 인력을 찾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았다. 그런데 S는 현장의 자재관리 업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과 출신의 이점과 여성으로서 꼼꼼함이 조화를 이루어 강점이 되었다. 특히 각종 법규 자료와 검토 서류가 넘쳐나는 수입통관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 구매부문에 여성인력의 지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직무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 입사하는 여성 신입들을 볼 때마다 S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여 외자 구매를 하고 있다. 이처럼 구매에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 더구나 성별도 크게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학력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도 볼 수 있다. 이른바 능력 존중의 법칙이 구매에도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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