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양이 떠오르는 곳 혹은 태양이 지는 곳을 향해...
세계일주, 어느 누군가처럼 어릴 적부터 꿈꿔온 버킷리스트도 죽기 전 꼭 한번 이뤄보고 싶은 꿈도 아니었다. 단지, 대학과 군 생활을 마치고 눈 앞에 맞닥뜨린 이 거대하고 냉정한 인간 경쟁사회라는 현실을 마주하기가 겁이 났고 다가가기 두려웠다. 잠시나마, 가능하다면 영원히 내가 처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다. 지금을 이렇게 사는 거에 싫증이 났으며 나아가 남들과 똑같이 살고 싶지도 않은 마음에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내가 처한 환경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여행이라는 걸 떠나기로 결심했다. 미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그에 동반되는 약간의 호기심만을 가지고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물론 주변에 나의 결심에 대한 이유를 말할 때에는 여행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낭만적이고도 희망적인 게다가 도전적이기까지 한 의미에 기인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던 그럴듯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죽기 전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요 “, ”진정한 내 자아를 찾아 떠나고 싶어서요 “,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절대 못할 것 같은 젊은 시절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
만약 그것이 여행이라면 그에 대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이유는 무궁무진하게 뽑아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여행이라면 가족들과 함께한 패키지여행이 전부인 데다가 혼자서는 국내여행조차 해본 적이 없고 집에 틀어 박혀있는 걸 좋아하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나의 세계 여행에 대한 견문록이며 기행기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다녀온 티만 내려 짧게 6개월 정도를 계획하고 떠난 세계여행이 뜻밖의 55개국 856일간의 대 여정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이 과정을 통해 여행 중 느끼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나를 포함 내가 만난 다른 여행자들의 심리와 여행의 철학 그리고 경험 대해 기록한 책이다. 일반적인 여행지의 정보나 팁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아닌 여행의 이유와 여행의 방법에 대한 좀 더 내면적인 이야기로, 나는 이 책이 특히나 홀로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여행자들이나 지금 여행을 하는 중인 또는 끝마친 자들을 위한 겨울밤의 모닥불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