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의 여름 끝

흐지부지 끝난 일

by 지화


뉴스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사건들을 볼 때마다, 내 첫 자취가 떠오른다.
스무 살이었던 그 무렵 나는 서울 대림동 고모 가족이 살던 주택 위 옥탑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잠시 머물렀던 곳이지만, 오래 잊히지 않는 기억이 남아 있다.

집 구조는 단순했다. 현관문을 열면 정면에 주방, 왼쪽에 방 하나가 있었고, 큰 창문 하나와 작은 화장실이 붙어 있었다. 실외는 주민들이 함께 쓰는 공용 옥탑이었는데, 빨래를 널고,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이 놀러 올라오곤 했다. 늘 사람들의 기척이 오가는 공간이었다.

그 사건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늦은 오후에서 초저녁 사이에 일어났다. 불면증이 심했던 나는 그날도 밤을 새우고, 조금이라도 자야겠다는 생각에 낮잠을 청했다.
방 안은 고요했지만 몸은 무겁고, 눈을 감는 순간조차 마음은 불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 바로 위 창문에서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속으로는 “꼬꼬마 애들이 또 올라와서 노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장난스러운 웃음이 아니라, 낮고 끈질긴 웅성거림이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되자 짜증이 밀려왔다. 잠결에 허스키해진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야, 안 꺼져~”

그러자 낮은 목소리들이 대꾸했다.
“야, 안에 사람 있잖아?”
“나는 없는 줄 알았지.”

분명 젊은 남자 둘의 대화였다. 순간 머릿속이 번쩍했지만, 곧 애들 장난일 거라고 넘겨버렸다. 깊이 따질 힘도 없었다. 다시 잠에 빠져드는 게 우선이었다.

얼마 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잔잔한 빗소리 속에서 평소 같으면 차분했을 그 소리가 이날은 이상하게 서늘하게 다가왔다. 불현듯 스산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반쯤 덜컹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 창문은 성인 남성이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컸다. 방범창이 있긴 했지만, 나사를 풀면 쉽게 빠질 수 있는 구조였다. 그게 반쯤 뜯겨 있었다. 그제야 아까 들었던 대화가 머리를 스쳤다.

겁이 덜컥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고모를 찾았다. 집에는 고모가 없었고, 고모부만 있었다. 상황을 확인한 고모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집주인에게도 연락을 했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지만, 이미 비가 내려 흔적은 거의 지워진 상태였다. 범인을 특정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고, 경찰은 “증거가 없어 잡기 어렵다”는 말만 남겼다.

창문 아래에는 보수공사 때문에 쌓아놓은 벽돌과 공구들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더 아찔했다.

집주인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그 이상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사건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너는 겁도 없나? 애가 왜 이렇게 안전에 무지하노?”

놀란 나를 먼저 걱정하기보다, 나무라는 게 먼저였다.
나는 혼이 났고, 그게 서운했다. 나도 엄청 놀랐는데 말이다.

그게 첫 자취에서 겪은 첫 사건이었다.
나는 지금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시절 불면증이 조금은 도움이 된 걸까, 아니면 예민했던 내 성격 덕분이었을까.
그때 소리를 무시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창문이 완전히 뜯겨 남자들이 들어왔다면, 창문 아래에서 자고 있던 나는 어떻게 됐을까.

몸은 무사했을까.
정신은 온전했을까.

그런 소름 돋는 일들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자취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오며 겪은 일들 가운데는 그렇게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더 있다.
어떤 건 가볍고, 어떤 건 무겁고, 또 어떤 건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앞으로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려 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