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말들이 흉기가 될 때

칼을 찾는 목소리

by 지화


갈등이 매장 안에서 잦아든 뒤에도 일은 다른 방향으로 흔들렸다. 이번에는 손님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코너는 야외 매장이었고, 바로 앞에는 이용객들이 쉬는 테이블과 정자가 있었다. 그곳 역시 우리 관리 구역에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술이었다. 하지 말라는 걸 알면서도, 휴게소에서 술을 벌이는 손님들은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특히 단체관광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이 심각했다. 외부에서 음식과 술을 잔뜩 가져와 이동식 테이블을 펼치고 자리를 차지했다. 어떤 날은 버너와 도마, 식칼까지 꺼내 직접 요리를 해 먹는 모습도 봤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건 다반사였다. 우리가 제지하면 “왜 술을 못 마시냐”며 따지고, “당신 뭐야? 직급이 뭐야? 경찰 불러!”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욕설이나 밀치기도 흔했다. 그러나 강력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관련 법도 없었고, 민원이 들어가면 결국 휴게소가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같은 상황을 감내해야 했다.

파트너 언니와 함께 그 광경을 보며 욕이 절로 나왔다. 담배 단속만 요란할 뿐, 술 문제는 방치되고 있었다.
“이러다 큰 사고 나면, 그제야 정신 차리겠지.”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는 점점 말라갔다. 감기 기운까지 겹쳐 기침이 잦았고, 몸은 최악의 상태였다. 그런 어느 날, 최악의 진상 부부를 만났다. 앞 손님의 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드린 뒤 다시 주문을 받으며 말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드릴까요?”

그런데 여성 손님은 음식 이름을 말하지 않고 손가락으로만 가리켰다. 나는 다시 정중히 물었다.
“음식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가리켜 확인한 뒤에야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내가 세 번이나 말했다고! 너 뭐 알아듣는 게 있어? 왜 지랄이야!”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듣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주머니는 영수증을 던지며 방금 계산한 음식을 반품해 달라고 했다. 나는 또다시 사과하며 처리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마침 기침이 나온 순간, 그것을 비아냥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오해는 곧 쌍욕으로, 이어 살해 협박으로 번졌다.
“내가 네 대가리를 쪼개버린다.”
“칼 어디 있어? 칼 내놔, 지금 당장 너 찔러버릴 거야.”

잠시 자리를 비웠던 남편까지 합세해 함께 욕을 퍼부었다. 그 광경을 주변 손님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면서 현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남편은 고함을 질렀다.
“여긴 오픈할 때부터 싹수가 없었어. 변한 게 하나도 없어. 이딴 식으로 장사하지 마! 그렇게 주문받을 거면 키오스크 설치해!”

나는 그 말이 더 황당했다. 나는 이곳이 오픈할 때부터 있던 직원도 아니었고, 들어온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화살은 엉뚱하게 내게로만 향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더 심한 말을 내뱉었다.
“내가 너만 한 자식이 있다. 어디 가서 이런 소리 안 하는데, 너는 내 손으로 죽여야겠다. 칼 내놔!”

그때 위층에서 상황을 알아챈 남자 주임님이 달려 내려와 손님들을 막아서며 수습하려 했지만,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함을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소란만 남긴 채 바람처럼 사라졌다.

남은 건 뒤숭숭한 현장과, 더는 버틸 힘조차 남지 않은 내 몸뿐이었다. 아픈 몸으로 맞닥뜨린 이번 일은 달랐다. 그래서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못하겠습니다. 더는 못하겠어요.”

사직서를 내밀려는 나를 관리자가 붙잡았다. 진정하자며 달랬지만 몸은 버텨주지 않았다. 발작이 찾아왔고,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는 다시 자리에 서야 했다.

감기만 아니었더라면, 그 부부의 욕설을 그저 헛소리라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픈 몸으로 겪으니 모든 게 무너졌다. 그날은 버티는 게 불가능했다.

서비스직에서는 보통 사과를 두세 번만 하라고들 한다. 그 이상은 괜히 무시당하고, 상대의 분노만 키운다고. 나도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안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현장에는 정답이 없었다. 혼자 근무할 때는 내 몸 하나만 지키면 되니 필요하다면 강하게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가 곁에 있거나 다른 손님들이 가까이 있을 때는 달랐다. 나를 보호하고, 손님을 진정시키고, 매장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상황마다 달랐다. 그래서 그날의 나는 사과를 반복하는 쪽을 택했다. 그것이 내가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이곳을 떠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걸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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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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