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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Sep 08. 2024

달리기 예찬론

너무 하기 싫은데 동시에 하고 싶은 것

오늘도 5km를 쉬지 않고 뛰었다.

7분 조금 넘는 페이스다.

8월부터 5km 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주 3일 이상은 하려고 노력 중이다.

수준에 5km가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35~40분 정도의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밤에도 아직 25도가 넘는 날씨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분명 너무 힘들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요즘 나에겐 꼭 해야만 하는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건 도대체 멀까

너무 하기 싫은데 동시에 하고 싶다.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동시에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할 수 있을까.

덕분에 난 매일 퇴근과 동시에 갈등을 시작하지만 점점 고민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퇴근 후 달리기가 루틴으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


하기 싫은 마음이 계속 있는 건 분명 달리기가 내 몸에 좋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 몸에 유익이 되는 것 치고 마냥 좋은 건 잘 없었다.

대부분 쓰고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설 때까지가 어렵고 힘들지, 러닝을 마치고 돌아올 때의 기분은 무조건 가볍고 상쾌하고 뿌듯하다. 그 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그러니 안 달리는 걸 선택하긴 쉽지 않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달리기 예찬을 좀 더 해봐야겠다.


첫째, 중년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고효율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은 재미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다. 친구,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농구, 축구, 탁구를 좋아했지만 이젠 과격한 운동을 하면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혹시나 다쳐서 출근을 못하면 어쩌지. 치료비가 많이 나오면 어쩌지. 거동이 불편하면 누가 날 돌봐주지.. 이런 걱정들.

돈도 안 들고 부상 위험도 적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달리기다.


둘째, 달리기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도구 중 하나다.

매일의 달리기를 통해 매일 성취감을 느낀다. 시간과 거리도 중요하지만 먹고 쉬고 싶은 자아와 싸워 이겼다는 것 자체로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 그리고 점점 더 멀리, 오래 뛸 수 있게 되면서 성취감은 더욱 커져간다. 그래서 달리기는 어제와 오늘이 동일하지만 성취감은 매일이 새롭다. 


셋째, 이미지가 좋아지고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가 뛰어날 것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10km, 하프, 풀코스 마라톤 완주까지 해낸다면 사람들의 박수는 물론 존경의 눈빛까지 받게 될 것이다. 어렵지만 누구든 할 수 있다. 달리기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달리기는 나의 호감도를 높여줄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다.




작년 10월 런데이 앱을 통해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첫 훈련은 1분 뛰고 2분 걷기를 4번 반복하는 코스였다. 아무리 초보라지만 날 무시하나 생각했지만 생각과 달리 1분만 뛰어도 숨이 차올랐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뛰는 시간을 늘려가며 점점 멀리 뛸 수 있게 되는 나 자신이 신기했다.

러닝을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 10km를 완주했다.

운동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몸은 반드시 기억한다.

어느덧 한층 성장한 나를 보며 성취감을 느끼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뛰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생각하며 성찰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덤이다.

물론 달리는 대부분의 시간엔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오직 두 가지 생각뿐이다.

멈추고 싶다.

계속 달려야 한다.


내일도 뛸지 말지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러닝화를 신을 것이다.

달리기는 나에게 너무 유익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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