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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23. 2023

헌혈을 50번 했습니다.

첫 번째 경험은 1995년 2월 8일로 확인된다.

불과 4일 전 만 18세의 생일을 맞이한 그때 난 왜 헌혈을 시작했을까.

드디어 성인을 상징하는 만 18세가 되었다

운전면허에 응시할 수 있고 청소년관람불가영화도 볼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제 막 성년에 접어들어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던 그때, 나보다 남을 위한 나눔을 생각한 나의 청춘이 무척 대견스럽다.


멋진 결단의 날 이후로 2023년 3월 19일까지 50번 피를 뽑았다.

17,600ml


1.5L 콜라로 거의 12병이다.

뿌듯하다.

성인 남성의 혈액량이 5~6L라고 하니 무려 3명에 해당하는 양이다.


모든 기부와 봉사활동은 나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

하지만 피는 아무런 대가 없이 줄 수 있다.

줄 때마새로운 피가 계속 만들어진다.

난 일정 주기에 맞춰 헌혈만 하면 된다.

약간 어지러운 느낌도 있고 왠지 피곤한 기분도 들지만 이 정도쯤은 충분히 감내할만하다.


작년까지는 메달 형태의 은장(30회), 금장(50회), 명예장(100회)으로 선물을 주었는데 올해부터는  유공패를 준다. 유공패는 앱으로 신청하면 3주 이내에 택배로 온다고 한다. 

우선 포장증과 기념품을 받았다.

적십자 운동의 창시자 앙뤼 뒤낭의 사진이 있다.

국적과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부상병 구호를 제안한 게 적십자 운동의 시초라고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앙리 뒤낭. 그리고 난 50번의 헌혈로 앙리 뒤낭이 인정하는 유공자가 되었다. 

50회 기념 금장 포장증과 기념품

마음껏 헌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썩어 없어질 몸뚱이에서 그나마 3명분의 피를 남기고 갈 수 있어 참 뿌듯한 일이다.


헌혈이 몸에 안 좋다는 얘기도 있지만 50번을 하고도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안 좋아도 그렇게 치명적이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헌혈은 내 몸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아낌없이 너무도 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줄 수 있는 고귀한 일이다.


50번 하는데 28년이나 걸렸다.

죽을 때까지 100번은 꼭 채워야겠다.

제일 왼쪽이 50회 기념 금색 유공패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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