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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29. 2023

따릉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퇴근길

미세먼지가 최악이라 점심시간에 산책을 못한 죄를 짓고 말았다.

퇴근시간이 되어 서둘러 업무를 마무리하고 내려오니 한강 잔디밭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미세미세를 보니 나쁨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대로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기가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마침 역 앞에 따릉이 주차장이 보였다.

그래 오랜만에 자전거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남아있는 자전거가 없는 것이 아닌가. 아침 출근길에 대충 봐도 100대는 되어 보이던 따릉이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자전거들이 드디어 활동할 시즌이 된 것이다.

잠시 고민하고 있는데 두 명이 반납하러 오는 것 같았다. 몇 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재빨리 유리한 위치선정으로 바코드를 먼저 찍어 한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작년 가을 옆동네 사는 후배와 한동안 퇴근길에 자전거를 탔었다. 상사와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있는 후배를 위로할 겸 함께 라이딩을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올해 들어 첫 라이딩이라 살짝 설레기까지 했다.

자전거길은 아주 잘 되어있다.

포대교를 건너 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서강대교, 당산철교, 양화대교, 성산대교를 순서대로 지난다.

작년 가을에는 어두웠는데 오늘은 해가 지지 않은 상태라 더 기분이 좋았다.

날씨도 포근하다.

외투를 벗어 바구니에 넣고 달렸다.


보행로와 자전거길이 나뉘어 있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마포대교를 건너, 지는 해를 쫓아가다 보면 수없이 많은 인생과 만난다.

반려견과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부터 꽁냥꽁냥 데이트하며 걷는 연인들, 삼삼오오 둘러앉아 치맥에 웃음꽃이 핀 청년들, 운동기구에 모여 스트레칭하는 어르신들까지.

멀리서 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평화롭고 즐거워 보일 뿐이다.

오늘 하루 정말 말할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가장 힘든 하루였고, 누군가에겐 최고로 기뻤던 날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해가 지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가슴속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무엇이 더 필요할까.

저녁이 있는 삶.

모두가 아는 유명한 정치 슬로건이었지만 우리 모두의 저녁이 그렇게 채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


거기에 봄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그래서 요즘같이 아름다운 봄날, 이렇게 좋은 자전거길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유죄다.


마포대교를 북쪽으로 2/3쯤 건너가다 찍은 사진. 담주부터 벚꽃축제기간이지만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전거로 운동하면서 일몰을 감상하면서 퇴근을 하는 그야말로 1석3조의 효과
꽉 막힌 도로 위의 차들이 나를 더 자유롭게 느끼게 해준다.
다리 위에 살짝 걸린 해를 보는 사람들의 하루는 어땠을까
벚꽃이 만개한 불광천동 자전거길
초록의 풀들과 노란 개나리, 파란색과 붉은색의 도로가 어우러져 참 이쁘다.
운동하기 딱 좋은 코스다. 10km. 45분. 천원짜리 따릉이로 가성비 만점. 여기서부턴 지하철로.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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