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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28. 2023

주유를 하고 연료 캡을 닫지 않으면

토요일 아침 아내와 딸과 근교로 꽃구경을 갔다.

주차를 하고 내리면서 보니 주유구가 꽉 안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불길한 느낌에 주유구를 살짝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연료캡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수요일 퇴근길에 주유를 하고 뚜껑을 닫은 기억이 없다.

예전에 카드를 안 빼고 그냥 온 경험이 있어 카드를 뺐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 기억은 있는데 이번엔 연료캡이었다.

그러고 보니 계기판에 노란 경고등이 켜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검색해 보니 엔진경고등이었다. 엔진경고등이 켜지는 원인은 50가지가 넘는데 주요 원인 중에 주유구 연료 캡이 꽉 닫혀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3일간 아파트 주차장에 유해가스를 배출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뚜껑 조금 덜 닫았다고 엔진경고등까지 들어오는 게 의아했다.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경고문이 있었다.

"맞지 않는 연료 주입구 캡을 사용하면, 연료장치 또는 배기 제어장치에 심각한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연료가 분출되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화성 물질로서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주유를 하기 전에 정전기패드에 손을 대라는 안내방송이 늘 귀찮기만 했는데, 화재 방지를 위한 행위였다니 놀라운 일이다(혹시 나만 몰랐던 사실인가). 사실 주유하다 불났다는 뉴스를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가 꽉 막지 않으면 화재 및 폭발의 위험이 있는 무서운 물질로 변하는 것이다.

휘발유가 쉽게 불이 붙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연결해서 생각해 보니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잘 놀기 위해 날마다 에너지를 쓰고 충전한다.

하지만 그 에너지도 스스로 잘 통제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을 다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 절제와 겸손은 최고의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의 에너지가 너무 부족하거나 넘치지는 않는지 항상 신경 써서 잘 관리해야 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달릴 수 없고 넘치면 과열되고 사고가 날 수 있다.


인생은 수없이 많은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의 연속이다.

늘 겸손하고 절제하는 것이 어떠한 상황에도 가장 즐겁게 안전 운행하는 길이라 믿는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가 나를 겸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래서 감사한 하루였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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