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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Aug 23. 2022

언어의 생김새

사람마다 외모가 다르듯 언어의 생김새도 다르다.

어떤 모임이든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의 듣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위트 있는 말로 분위기를 시키기도 하고 지루한 얘기로 한순간에 분위기를 다운시키기도 한다.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뒤죽박죽이라 도통 무슨 얘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회사 동료들도 언어의 생김새가 각양각색이다.

A의 언어는 스트레스다. 자신의 할 일, 고민 등을 습관처럼 얘기한다. 그저 걱정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서 불안을 조금씩 떨쳐버리려는 것 같다. 본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듣는 사람에게는 그저 스트레스에 불과하다.

B의 언어는 명료하다.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업무 얘기뿐 아니라 사적인 얘기도 정확하게 질문하고 심플하게 답변한다. 오디오는 좀 비지만 군더더기가 없어 나쁘지 않다.

C의 언어는 다채롭다. 동료들을 두루두루 잘 챙기고 업무도 전후 스토리를 상세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함께 대화하면 흥미롭지다소 지치기도 한다.

D의 언어는 착하다. 조금 눈치는 없고 이해는 좀 늦은 편이지만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리액션이 좋고 계속 웃어준다. 큰 재미는 없지만 편안해지고 말하고 싶어 진다.



Z까지 한 바퀴 돌아도 언어의 생김새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 같다.

당신의 언어는 어떻게 생겼는가. 정답은 없다. 옳고 그름도 없다. 하지만 자기 성찰은 필요하다.


각자의 외모에 대해서는 생김새와 상관없이 무조건 자신감을 갖는다고 상대방에게 피해가 되진 않겠지만(자신감의 정도에 따라 약간의 스트레스는 줄 수 있겠지만),  언어에 대해서도 무조건 자신감을 갖는 건 곤란하다.

우리의 모든 것이 언어로 표출된다. 내면에 있는 여러 감정과 인격들이 나도 모르게 언어에 묻어 나온다.

외모를 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절대 예측할 수 없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대충 감이 온다.




하루 동안 참 많은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제외하면 모임의 분위기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상투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억지로 미소를 짓기로 하고, 머리를 짜내서 토크 소재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 있는 동안 할 얘기가 없어서 적막이 흐르는 것만큼 곤욕스러운 일도 많지 않다.


그럴 때 나만의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될 때는 상대방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얘기한다.

외모에 대한 칭찬도 좋지만 그 사람의 자질이나 성품, 말이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더 좋은 것 같다. 입에 발린 뻔한 칭찬보다는 내가 찾은 특별한 포인트면 훨씬 효과적이다.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관찰해보면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대화를 더 깊고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시작이다.


둘째,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말을 내뱉기보단 차라리 한동안 오디오가 끊기는 편이 낫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꾸만 토크 욕심이 생긴다.  촌철살인으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고 재치 있는 말로 분위기를 빵 터트리고 싶어 진다.

욕심이 생기는 순간 무리하게 되고 안 하는 게 나을 법한 얘기들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동시에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늦었다.


셋째, 모든 얘기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틀림없는 사실만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얘기라면 부수적인 일들은 살짝 넣고 빼서 더 재미있게 얘기해도 된다고 믿는다. 법적인 문제나 윤리적인 문제는 각자의 몫이다. 각자의 기준이 허용하는 선에서 말이다.

너무 사실만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기억이 완벽할 수 없으니 말이 꼬이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각색하면서 두뇌회전도 되고 어느새 인기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외모는 바꿀 수 없지만 언어의 생김새는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살아온 세월이 길수록 피를 깎는 노력으로 아주 조금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평판은 우리의 외모나 성격, 가치 모든 걸 종합하여 판단되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가진건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말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판단하게 된다.

언어의 생김새가 다르듯 그 사람에 대한 평판도 모두 다르다.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안다. 자기중심적이고 부정적이고 비관적이고 남을 험담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언어들. 그것이 오답인 줄 알면서도 계속하게 되는 이유는 나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마더 테레사가 아닌 우리가 모든 사람에 대해 애정과 신뢰를 가질 순 없다.

하지만 애정과 신뢰는 소금같이 필수적인 양념이다. 대화에서도 양념이 빠지면 맛이 없다. 맛이 없으면 감흥이 없고 아무런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글 같은 직장이지만 만나는 모든 이에게 손톱만큼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대화해보자.

상대방의 언어가 좀 더 아름답게 달라지고 삭막한 직장이 조금은 더 따뜻해질 거라 믿는다.

거울을 보고 날마다 나의 언어를 이쁘게 가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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