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야기

성취감이라는 작은 물감

by 윤과 슬

물속에 들어가면 우웅하고 모든 선명했던 소리가 불투명해진다. 하이노트의 음들은 사라지고, 귀가 듣기 좋아하는 소리들만 남는다. 얼굴을 물에 담그고 입에 문 스노클을 통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배 끝부터 몸통을 채운 숨을 한번 진득하게 뱉는다. 그리고 차근차근 유연하게 숨을 계속 채운다. 코를 살짝 잡고 공기를 올린다. 이제부터 물밑으로, 밑으로 나를 가라앉힌다.


숨 참기를 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나의 경우는 슬프다 할지 다행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퀄라이징이 어려웠고, 물속에서 이퀄의 느낌을 잡으려고 애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었다.

스태틱이라 하는 이 과정은 프리다이빙의 기초 중 기초다. 강사들은 4분도 넘게 참는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첫 기록은 1분을 겨우 넘기는 정도이다. 짧게는 10년부터 길게는 60년 넘게 숨을 규칙적으로 쉬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몸에서 얼른 산소를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폐에서 경련이 오는 것 같다. 이것이 호흡충동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내뱉기 위해 산소를 들이쉰다.

몸에서 산소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숨을 쉬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내뱉기 위한 충동이다. 이 충동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안된다고 실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조금씩 느는 게 우리네 사람들의 적응력 아닌가 싶다.


이퀄라이징도 마찬가지.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프렌젤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방향 없이 노력하는 건 지금 하기엔 너무 지치는데.


프렌젤은 혀뿌리의 힘으로 코를 향해 공기를 올리는 방법이다.

안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너무 제각각이고 명확한 이유를 바로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프렌젤 관련 영상을 모조리 보라는 의미는 대상을 명명백백히 알고 있으면 길이라도 알게 되지 않을까 정도의 의미다. 후두개가 어쩌고, 성문이 어쩌고. 내 평생 후두개랑 성문을 신경 써본 적이 없는데. 신경 쓰려고 하니 더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아무도 나를 건들지 말았으면 했다.


나의 경우에는 초등학생부터 몸을 한껏 움츠리고 지냈어서 목힘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리고 혀를 인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페인트사탕을 먹었을 때 혀색깔 구분정도일까.


프렌젤을 하기 위해서는 목 주변의 근육들을 잘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목힘을 가누지 못하니 근육은 당연히 제어할 수 없었을 테다. 그리고 움츠리다 보니 앞가슴 근육을 잘 쓰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PT를 받으며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원님, 목을 못쓰시네요. 이러니 운동할 때 기도도 막히고, 숨도 막히고.. 앞으론 이 운동 계속하세요.'

먼저 올바르게 눕고 무릎을 세운다. 뒤통수를 누르면서 목 뒤쪽에 힘을 주는 법을 익히고, 그 힘을 유지한 채로 뒤통수를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인다. 목 뒤 근육의 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의외로 목뒤의 힘을 주면서 고개를 아래로 하면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내리는 동작을 더 열심히 했다.

그렇게 목근육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혀근육은 아무리 영상을 보아도 맞는 방법인지 알 수 없었다. 우선은 혀를 아래위로, 많이 움직였다. 혀 앞부분은 신경 쓰지 말고 혀를 입천장에 바짝, 바닥에 바짝. 아래위로. 혀를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움직인 것이 아마도 처음이니 익숙해지기나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다음은 혀뿌리. 혀뿌리는 침을 삼켜본다. 꾸-울-꺽 세 단계로 나누자면, 우선 혀를 입천장과 붙이는 꾸, 침이 목 정중앙으로 넘어갈 울, 아예 목 밑으로 삼키는 꺽. 혀뿌리는 울의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목구멍이 수축하는 느낌. 그때 움직이는 혀가 바로 뿌리다.

나는 혀뿌리가 목 젖 밑에 있는 부분인 줄 알았다. 영상이나 사람들이 혀가 이렇게 움직여야 해요~하면서 보여주는 건 아마 '그 정도로 강하게 올려야 해요.'거나 '그 정도로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해요.'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따라하는 것보단 내 혀는 내가 지시하는 대로 확실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할 것.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프렌젤이 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자세에 있든 이퀄이 된다는 것이다. 발살바는 배의 힘으로 폐의 공기를 기도를 통해 올리는 것인데, 눕거나 움츠리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했을 때는 순간적으로 기도가 막힐 수 있기 때문에 발살바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아무런 느낌이 안 들 것이다.

마지막 지푸라기로 다시 수업을 신청했고, 그 수업에서 배운 연습방법은 집에 거꾸리가 없어도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계속 숙이면서 이퀄을 한다. 이때 공기가 가는 방향을 인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확히 인지하면 더 좋지만, 나의 경우, 공기의 흐름까지 알만큼 민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수리를 바닥에 댄다. 코끼리를 삼킨 뱀 같은 자세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그 상태에서 똑같이 이퀄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코로 계속 공기를 보내려고 했는데, 귀 뚫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리저리 방향을 찾다가, 정수리 쪽으로 공기를 보낸다 생각하는 순간, 뾱.

뾱뾱 소리가 반복되고, 점점 심박수가 오른다. 기세를 입어 침대에서 가슴 위의 상체를 밖으로 숙여서 해본다. 뾱. 된다. 진짜 된다. 누워서도 되고, 고개를 숙여서도 되고, 다 된다.


이제 프렌젤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끝끝내. 아빠가 불행꾸러미 뒤엔 늘 행복꾸러미가 온다고 했는데. 혼자 안된다면서 시무룩하던 만큼 더 큰 행복을 느꼈다.


다만, 프렌젤을 알게 되었다고 프리다이빙 천재가 되지는 않는다. 물속에서의 프렌젤을 느끼기 전까지는 더더욱.


그 물건이 어떻게 생겼는지 봤다고 해서 잘 그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 성취감이라는 작은 물감은 가지고 있는 게 좋다.


집착스런 생각, 성급하게 낸 용기, 알게 모르게 쌓인 실망감. 따로 보면 부정적인 것 천지인데. 뭉쳐놓으니 꽤 좋은 색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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