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적 없는 물건을 그리는 방법
숨을 쉬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가 숨을 어떻게 쉬고 있는지를 잊었다.
밤잠을 설치다 다음날까지 피로감을 느끼는 게 일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차를 마셔도 보고, 잠에 좋다는 건강식품도 먹어봤지만 결국 제자리.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내 몸을 탓할 뿐이었다.
하지만, 숨을 인지하면서, 비로소 나는, 나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밤에 심장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고, 불안감이 올라오며 괜히 잠자리를 뒤척이고.
오지 않는 잠에 고래소리, 바닷소리를 검색하다 결국 더 멀어진 밤잠.
거기다 다음날 고스란히 느껴지는 피로감까지.
숨을 정성 들여 쉬면 내 심장소리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잠시 멈춘다. 숨을 천천히 내뱉고, 잠시 멈춘다.
난 프리다이빙을 통해 숨을 정성스레 쉬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 덕에 많은 예체능을 배웠다. 많은 돈을 들였지만 내가 지금도 잘하는 것은 단 하나, 수영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영을 잘하기보단 물을 사랑한다.
수영장은 수업이 있어도 수업이 없어도 가장 신나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수면에서 잠영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다이빙도 좋았고, 온몸에 숨을 다 빼고 수영장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앉는 느낌도 좋았다.
혼자 여행지를 정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바다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좋았다.
바다에서도 바닥으로 들어가 몸을 뒤집고 바다의 뒷면에서 보는 하늘을 좋아했다.
물속에선 나는 자연의 일부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중력 속에서 버티는 게 당연해지고, 다 좋을 수는 없다고 한 모퉁이라도 맞으면 잘 맞는 것이라 배운 세상을 버티던 나였는데. 흐르면 흐르는 대로 뜨면 뜨는 대로 동화된다.
프리다이빙은 깊은 수심까지 오로지 내 몸으로 다녀오는 종목이다. 이걸 배우면 나 바다에 더 오래 머물 수 있겠다.
시작하기 전부터 몸에 조금이라도 많은 산소를 채워야 하고, 산소를 조금이라도 더 쓰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산소를 덜 쓸 수 있는 이퀄라이징, 산소를 덜 쓸 수 있는 움직임.
그래야 더 깊이, 더 오래 물속에서 머물 수 있으니까.
이퀄라이징은 수압에 적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비행기에서 귀가 막힐 때 침을 삼키는 것으로 막힌 귀를 뚫는 것처럼, 물속 깊이 들어갈 때 생기는 기압차로 막혔던 귀를 뚫는 방법이다.
프렌젤은 오로지 혀의 힘으로 폐의 공기를 팡! 귀로 보내는 방법이다. 그래서 오래 다이빙을 하기 위해선 결국은 프렌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 코를 막고 콧방울에 공기를 넣는 걸 가르쳐준다. 흥! 하면서 코로 바람이 가고, 막힌 콧구멍을 지나 귀로 공기가 방향을 튼다.
배에 힘을 안주고도 귀에서 뽕 소리가 나면 아마도 프렌젤일 거라고 했는데.
하지만, 물속은 지상과 달랐고, 내가 느끼지 못했던 배의 움직임은 물속에서 더 커졌다.
호기롭게 레벨 1을 건너뛰어 레벨 2를 준비했건만, 물속에서 수심의 고요함보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을 더 자주 겪었다.
2m가 채 안 되는 곳에서 하던 다이빙이 덕다이빙이라는 걸 알았는데.
5m 풀장 바닥까지 내려가면 귀가 찢어질 듯 아파왔고,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겨우 귀를 뚫어도 금세 숨이 차 바닥에 닿자마자 바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물에서 막막함을 느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고, 정해진 수업 횟수를 지날 때쯤엔 아 어쩌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속이 상했다. 쭉쭉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친구, 바다 깊은 면을 향해 쭉쭉 나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머무르는 느낌.
물인데, 물속인데.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가득한 물속인데.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이미 초기에 이퀄라이징이 필요하지 않은 동작은 패스했었다. 강사들에게 프렌젤 하는 법을 수업 때마다 들었다.
몇 가지 추려보자면, 프렌젤 유튜브 다 보기, 배에 힘 안 주기, 그리고 혀뿌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연습, 엎드려서 이퀄라이징 하기.
여러 솔루션을 받았지만 프렌젤의 감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내게는 본 적 없는 물건을 대뜸 그려보라는 것과 같았으니까.
배에 힘을 주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목을 제대로 못 가눈다는 것도 몰랐는데.
배에 힘을 안주는 게 아니라 애초에 배는 연관되어서는 안 되는 부위였다.
내가 생각하는 혀뿌리는 혀의 중간이고, 침 삼킬 때 움직이는 혀 부위가 혀뿌리다.
배에 힘을 안 주고, 혀뿌리를 잘 움직여도 물구나무 선 자세와 같이 생소한 자세에서도 목을 가눌 수 있어야 기도가 눌리지 않는다.
지나고 나서야 느끼는 거지만 본적 없는 물건을 그리는 방법은 본적 없는 물건을 볼 수 있는 장소를 가르쳐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