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새벽이 뿌예졌다. 저녁까지 이어지는 현상에 괜히 눈을 비빈다.
이런 날은 왠종일 집안에 머물러 창밖을 구경하고 싶다.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포트기에 물을 올리면, 하늘과 비슷하게 뿌연 물이 티백뿐 아니라 컵의 표면까지 뜨겁게 달군다.
차가 식기를 고이 기다린다.
아침이 되면 누군가 급하게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점차 귀를 두드린다.
그럼 느리게 느리게 일어서서, 아침을 차리고, 애써 남은 고요의 여운을 찾으려 노래를 틀 것이다.
날은 차가워지는데, 이상하게 주변은 따뜻함으로 조금씩 차고 있다.
쉽게 내가 나를 남처럼 생각하는 요즘.
꽤 멀어진 시선에 내 여유가 느껴진다.
이전의 이해할 수 없었던 내 모습들이 선명하게 이해된다.
이전에 답답하던 내 모습들이 인정되기 시작한다.
평면적이던 내가 드디어 입체적으로 닿는다.
의도하지 않은 이 생경함이 신비하다.
어째서 이 시간이 온건지 분석해서 언제고 유지시키고 싶지만,
그것마저 애써 거스르는 것이라 느껴진다.
언제 또 여유가 바닥나, 바로 앞의 일에 집중할지 모른다.
한치의 시선을 원망하겠지, 그리고 나면.
이 신기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결국은, 언젠가는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또 내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