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나 다음으로 항상 일찍 등교하는 수*이가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들어와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다가 나에게 다가온다.
"선생님."
"응? 왜 수*아?"
"(창문밖을 가리키며) 저기 주황색 해가 떴어요."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그래? 날씨가 흐려서 뜨는 게 이제 보이나 보네."
아침에 제일 일찍 교실에 와서 엄마가 앞머리 잘라준 것, 주말에 삼겹살을 맛있게 먹은 것, 칠판에 시간표는 왜 안 바꾸냐고 물어봐주고 종종 그림도 그려서 손코팅을 해서 선물로 주던 수*이.
이제 만날 날이 3일밖에 안 남았는데 내년에는 이렇게 수*이 말을 가만히 들어주고 일일이 대답해 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진도를 다 나가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새해 카드를 만들어 배달하기로 했다.
말 도안을 밑에 두고 화선지 A4용지를 덮어 붓펜으로 밑그림을 딴다.
적당히 꾸미고 '말'이 들어가게 새해 인사말을 쓴다.
'말'처럼 힘찬 새해 되세요~
정'말' 정'말' 행복한 새해 되세요~
주'말' 같이 행복한 2026년 되길
'말'도 안되게 행복한 2026년
다양한 아이디어로 만든 2장의 카드 중에 한 장은 부모님께, 한 장은 담임선생님 말고(마음으로 받기로 함)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편지를 쓰기로 했다. 교장선생님부터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들까지 많은 선생님들을 칠판에 적어보았고 스무 명의 아이들은 각자 원하는 선생님들을 선택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주00 선생님, 작년에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막*이에요. 저는 영어가 제일 좋아요. 일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파*이에요. 저는 체육이 제일 좋아요. 피구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은 내가 예시문을 써주었고 따라 썼다.
쉬는 시간 카드 배달을 마치고 온 민*가 다른 선생님 카드를 추가로 만들며 말한다.
"선생님, 배달 가니까 은근 기분이 좋아요. 선생님들이 되게 좋아하세요~"
다른 친구들이 신나게 열심히 다른 선생님들에게 카드를 쓰고 배달을 갈 때 수*이는 조용히, 훈*이는 무심한 듯 툭하니 나에게 카드를 건넨다.
글씨도 삐뚤빼뚤, 맞춤법도 많이 틀린 카드지만 아기 같이 귀엽고 많이 돌봐줘야 했던 두 아이가 쓴 첫 단어인
'담임선생님께.'
를 보며 고맙고 마음이 짠하다.
내년에도 부디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챙김을 받을 수 있길.
부족하다고 친구들이 자꾸 장난치고 은근히 따돌리거나 괴롭혀도 선생님이 빨리 발견해 줄 수 있길.
올해도 무사히 지나간다.
내 자식보다 더 다정히, 더 친절하게, 더 열심히 지켜보고 가르쳤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부디 온몸과 마음으로 기억해서 좋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