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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Apr 11. 2024

인간관계 계단 오르기 1단계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조질지 고민중인 사람의 인간관계 분투기

지금은 4시 24분. 낮이 아니고 새벽이다.

3시 즈음 계속 꿈을 꾸었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무척 나를 귀찮게 하는 꿈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잘 바엔 그냥 일어날래 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제 자기 전에 남편이랑 사람 대하는 법에 대해서 열을 올려 고민 상담했다.

우리의 대화 소재는 내가 회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가칭 김군. 

네네.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하시고요.


결론은 김군을 디딤돌 삼아서 내가 그를 밟고 올라서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골목대장 노릇하는 김군새끼에게 쫄지말고 더 당당하게 굴라는 것.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니, 김군을 연습상대로 그 누구에게도 쫄지않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인간관계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현재 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인간관계에서 오고 있음을 깨닫고 그간의 시건방을 반성한다.

나의 목표는 소위 '맑눈광'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위압감을 주는 사람이든 너무 싫어서 말 섞기 싫은 사람이든

눈을 또렷이 뜨고 마주하기로 했다는 뜻이다.


눈을 또렷이 뜬다. 이것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사람은 본인에게 힘들게 느껴지거나 관심이 없거나 자극을 차단할 때 

시선을 피하거나 눈을 감는다. 

김군, 너의 모든 재수없음과 양아치같은 애티튜드를 애써 외면하려 노력하지 않겠어.

눈에 힘을 주고 눈 뜬 김에 허리도 똑바로 세우고 대응하겠다 이 소리야.


내가 지금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할지는 모르겠으나,

김군 너 하나는 내가 밟고 올라선다.


지금 어느정도냐면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같아.

내 안의 쫄보를 레벨업 시키기 위해 김군 네가 내 앞에 배치된 것 같거든.

이번에도... 이번에도, 결국에는 내가 이겨낸다.


-

아..... 내 안의 쫄보.....

이 표현을 쓰고나니 나이를 먹을 수록 덥석덥석 몸집을 키우던 이 쫄보 녀석에 대해 써보고 싶어졌다.

뭐 말할 것도 없이 저 쫄보가 내 속에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우울증이 한참일 때였다.

그땐 내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쓰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별 것 아닌, 무시당하거나 누군가에게 무슨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내 안의 쫄보는 무럭무럭 클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항우울제, 수면제를 먹으면서도 사회 생활은 해왔던

음.... 뭐라고 표현하더라, 나름 고기능 우울증 환자여서 가면 쓰기 및 연기에 꽤 능했는데...

그 가면 쓰기와 연기는 에너지를 미치게 잡아먹는 애티튜드여서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곤 했다.


정말 서서히 조금씩 우울증 증상들이 개선되고 지금은 약을 잘 챙겨먹으면 별 문제 없이 일상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무기력이나 비관적 사고, 자살사고 이런 것들의 거의 사라졌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스스로 노력하는 단계이다. 이렇게 내가 나를 대하는 모습은 어느정도 달라졌는데 내가 남을 대하는 태도는 어느 순간 바꾸기가 애매하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우람해진 쫄보가 이제 자체적으로 밥을 안주니까 바깥에서 양분을 얻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내 안의 쫄보는 김군을 무서워하고 김군을 어려워하고 김군을 피해다녔다.

근데 중요한 건 김군이 중간 관리자와 직원들 사이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놈이라는 거지.

사람들은 김군의 싸가지 없고 예의없는 태도보다 그의 업무 능력이나 경험, 상급자와 소통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해줬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걔 나름의 살아남기 전략이니까 그걸 뭐라할 생각은 없어.

근데 내 쫄보가 그거에 쫄지는 않았으면 좋겠는 거지.

설혹 실수를 해서 그것에 대해 지적을 받더라도, '네! 담부터 신경쓸게요!'하고 눈을 빛내며 그의 재수없는 언행에 대해 야구 빠따로 홈런을 치듯 쳐내고 싶어졌단 소리다.


이것은 꽤 중요한 지점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로부터 찾았던 예전의 나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뭐랄까, 삶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건 절대로 한 번에 가능한 건 아니라서

곡괭이로 씨 뿌릴 곳을 콕 찍어 흙을 파내듯, 내가 가고 싶은 지점을 향해 발을 디딜 수 있게 

곡괭이질을 해야 한다. 콕..... 콕...... 콕......

하다보면 더 강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더 강해진 나는 김군 부류의 사람을 다른 곳에서 만나도 별 타격없이 지나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좀 다루는 정도까지 나아가면 좋겠다.

김군 같은 새끼를 해치우고 나면 또 다른 박군 같은 새끼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찮다. 나의 눈은 빛을 잃지 않을 테니.


***

혹 인간관계 때문에, 회사에서 안 맞는 사람과 일해야 하는 불편한 인연 때문에 고민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상대방이 반드시 문제 있는 인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같이 마음 속에 쫄보 녀석들을 안고 사는 분들이라면 이 쫄보가 깝치지 않도록 관심도 밥도 주지 말고 언젠간 출가하도록 애써야 합니다.


지금껏 계속 씹었던 김군은 발화 문장에는 문제가 없으나 태도나 화법이 아주 상스러운 인간인데요.

저같은 쫄보 인간은 그런 사람을 보면 감정이 먼저 상해버려요.

이 사람이 말한 워딩, 즉 드라이한 업무 내용이나 전달 사항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준 저에 대한 뭣같은 태도에 정신이 쏠려버리는 거죠.


그래서 제 김군 밟기 첫 번째 곡괭이질은 감정과 말의 내용을 구분하는 단계에 올라서기 입니다.

김군새끼가 어떤 태도로 다가오든 저는 그의 워딩만을 필터링할 예정입니다.


다음 땅파기는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단계로 갈 것입니다.

그가 아무리 위협적으로 말하건 저를 무시하듯 말하건 

그냥 뭐 인형 서있다, 내 의견 말하기 연습중이다 하고 해야 할 말은 다 하려고 합니다. 

말끝 흐리지 않기, 목소리 크기 줄이지 않기. 필수입니다.


그리고, 업무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

내가 제일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버릴 거야.

김군의 골목대장 권력을 무력화시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싫어서 돌아버릴 것 같을 땐 이렇게 곱고 길게 욕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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