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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고 쓰다 Jul 09. 2024

당신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나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ol.17 를 다녀오며,


손으로 끄적이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작게는 종이 위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그리는 것에서 시작하다 색채 도구를 늘려가 보기도 하고, 가끔 느낌이 괜찮다 싶을 때면 드로잉을 앱을 켜서 다양한 일러스트를 그려보기도 한다. 보통은 힐링 된다고 느낄 수 있는 즉, 자연, 동물, 풍경 등을 그리기도 하는데 때로는 그리다보면 내 안에서만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영감을 얻기 위해 밖을 나서곤 한다. 그러다보면, 주로 전시회나 페어를 가게 된다. 



이러한 의미의 일환으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서일페)'에 다녀왔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줄여서 서일페는 2015년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 전시회로, 여러 아티스트 작가와 관람객들의 소통과 만남의 장이자 다양한 이벤트와 참여 공간 등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아트 축제였다. 해마다 서일페는 하나의 주제 아래 진행되는데 올해의 경우에는 ‘THE ORIGINAL’이라는 주제로 전시했다. 또한, 드로잉, 스토리, 그래픽, 모션 분야 등 1000여 개의 작가 부스에서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작품 및 최신 신작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당신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나요? -Decisive Moments-

전시 내 주제관 '결정적 순간 ; DECISIVE MOMENTS’은 아티스트 커뮤니티 ‘아크(AC)’에서 기획한 오리지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3인(박선엽, 김홍림, 전태형)이 함께하는 그룹전으로 L01 부스에서 진행됐다. 이 곳에서는 누구에게나 있을 하지만 누구나 알아보는 것은 아닌 '결정적 순간'에 대해서 다뤘다. 통제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과 그러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에 있을 중요한 순간마저 의미를 잃은 채 지나가버리는 날들. 혹은 예기치 못한 사건과 선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등 작가의 목소리와 작품을 통해 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삶을 선택해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만의 '결정적 순간'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먼저, 박선엽 작가는 언젠가 작은 돌에 압축되어 새겨진 사사로운 역사로부터 압도된 '결정적 순간'을 통해 자신이 받은 에너지를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으려 한다고 했다. 이 결정적 순간은 호수나 강가에서 평범한 돌멩이를 수집하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한 것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수집하는 원석과 광물이 아닌 그저 그런 돌멩이를 수집하는지 물었고, 그 어떤 것보다 자신에 눈에 띈 돌멩이와 만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러면서, 주운 돌멩이가 더 이상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하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원석과 광물 그리고 돌멩이의 차이는 생각해보면 물질적 가치의 측면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겠지만 그 외적인 것들이 아니라 자신과 만났던 순간에 작은 돌의 사사로운 역사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과 공감을 했다. 굳이 돌멩이가 아니더라도 세상으로 연결시켜보면 사람도 그렇고 일상도 그렇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다른 작가는 김홍림 작가로 보이지 않는 생각과 마음을 글, 그림, 오브제를 통해서 표현하고 전달하는 작업을 한 작가였다. 작가의 결정적 순간은 작가를 소개하는 문구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꿈을 소리 내어 말한 그 순간부터 나를 둘러싼 우주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작고 떨렸던 그 목소리가 얼마나 커다란 선언이었는지, 자신의 우주를 여행하는 모두에게 이야기 하고 싶다. 계속해 나가라고. 꿈을 현실로 만들라고.'


원하는 것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실천한 순간부터 자신의 결정적 순간이 변화되었다는 작가를 보며 나의 ‘결정적 순간’ 또한 이 작가와 맞물려있다는 생각을 했다. 꿈을 간직하기만 했던 시간과 겉으로 표출해내고 해나가는 시간들로 꽤나 긴 여정을 거치다 계속해나가는 중인 사람으로서 작가의 말처럼 이제야 나의 우주 안에서 제대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순간들을 작품으로 보며 그 중 ‘식물의 기분’으로 나무 머리 부분이 바람의 형상으로 자유로움과 평화를, ‘세상은 넓고, 난 자유로워‘라는 설명은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했다. 


마지막으로는 전태형 작가로 균형, 조화, 꿈, 무의식 등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특히 식물과 인체로 표현하는 작가였다. 작가는 자신의 ‘결정적 순간’을 작품에서 손을 놓아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충분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여러 방향성을 두고 시도하다 끝맺음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결정적 순간으로 놓는다고 했다. 작가의 말을 보며 숱하게 예술가 혹은 창작가가 고민하는 지점과도 통한다고도 생각했다. 수정과 퇴고는 반복할수록 정교해지고 완성성을 높이지만 마지노선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그러면서 그 날의 무드 내지 그 날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일기장으로 표현한 부분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세 명의 작가들의 결정적 순간을 살펴보며 나의 결정적 순간을 비교해보다 전시 뒤편 ‘당신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나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적고 간 종이를 발견했다.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던 지라 차마 다가갈 생각도 못하고 적은 것들을 살펴보기에만 그쳤는데 저마다의 결정적 순간들이 담겨 인상적이었던 공간이었다. 




관심을 담아 적어보는 세 명의 아티스트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세 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서일페 전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작가들의 작품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올해 함께한 국가는 러시아, 스페인, 태국 등을 포함한 14개국으로 외국 아티스트의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1. @danart_studio

그림책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정을 좋아해서 전시 내 그림책을 전시해놓은 작가들의 작품을 유심히 보았다. 그 중에서도 그림체가 맘에 들었던 것은 다나트 작가의 그림책 ’집 없는 달팽이‘이었다. 달파니라는 이름과 작고 동그란 몸집에 단순한 이목구비 그리고 친구 버니와의 자연적인 일상을 그리는 부분들이 힐링되고 무엇보다 귀여웠기 때문이다. 사실 문장이 많지 않은 그림책이라 한글을 띄고 읽기도 가능한 유아 이상의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 속 곤충와 동물에 관심을 가질 만한 유아에게도 적합해보였고 특히 달팽이를 너무나도 앙증맞게 그려서 달팽이의 생김새에 거리를 두던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면 귀엽게 생각하진 않을까 싶다.


2. @rinzzang_verse_

일러스트 동물 캐릭터 중 몇 가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포시러브 햄스터 포햄이가 그렇다. 포실포실 귀여운 친구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이모티콘을 만든다고 소개하는 포시러브작가는 포시럽다 즉,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포근하고 부드럽다는 의미에 사랑(LOVE)를 더해 만든 포시러브로 캐릭터의 일상과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햄스터 포햄이말고도 절미와 설기, 복실복실 고양이 그래와 죠아, 소심한 해달 맹돌이, 대범한 해달 맹순이 그리고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푸들 포들이까지 캐릭터도 다양하다고 한다. 줄곧 이모티콘으로만 보던 캐릭터를 이번 전시 부스에서 다양한 굿즈로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굿즈 또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른 재미였다. 아담한 몸집과 캐릭터 마다의 성격과 스토리가 계속 나오는 중이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3. @nuomi0213

국내 작가 이외에도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작가는 태국의 누오미 작가로 고양이를 등장시킨 어반스케치 드로잉 작품이 주를 이루는 작가였다. 여러 작품 중 기발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것은 책을 기반으로 학교, 유목민 집, 일식집 등 다양한 컨셉으로 그린다는 점이었다. 전시 부스에서는 작가가 만든 팝업 엽서나 작품 모음집 등 다양한 굿즈도 있었고 특히, 팝업 엽서는 평면 종이 위에 입체적인 그림을 더했고 펼치고 세워서 보면 그 입체성을 더할 수 있었던 점에서 작가만의 독특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한편, 나흘간 코엑스 C홀 3층에서 진행되었던 이번 페어는 개인적으로 전 주에 다녀왔던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자리에서 진행되고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두 전시 모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작가까지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 페어였기 때문이다. 소개한 부분 이외에도 부스별로 서일페 10주년 아카이브 전, 방콕일러스트레이션페어의 리뷰어로 참여한 18명의 작가전, 수많은 국내 및 해외 작가와 기업과 유명 기업과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을 즐길 수 있던 부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능했던 페어였다. 올해 하반기에도 서일페가 열린다고 한다. 10주년을 맞이한 서일페가 하반기에 또 어떠한 주제로 열릴지 궁금해진다.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서일페의 행보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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