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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고 쓰다 Apr 27. 2024

과거의 음악과 생생한 ‘현재’가 만나는 연주

'21세기 바흐의 음악'을 선보이는 세르게이 말로프 내한공연을 관람하다.


‘21세기 바흐의 음악을 만나다.’라고 소개된 세르게이 말로프의 내한공연이 4월 23일 화요일 오후 7시 반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렸다. 무대 위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박수 소리에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세르게이 말로프.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시작으로 공연 또한 시작됐다.


ⓒJulia Wesely


• 세르게이 말로프  

상트페테르부르트 출신이며 바이올린, 비올라, 바로크 바이올린과 비올론 첼로 다 스팔라 등 여러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연주자이다. 초기 바로크 음악에서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고전과 낭만 협주곡부터 현대 음악 세계 초연까지, 자신의 음악적 해석을 위해서 각 시대의 양식과 연주 기법을 집요하고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대가라 불린다. (참고 : 공연 팜플랫) 


세르게이 말로프는 이번 공연에서 서양 음악사 시대 중 바로크 시대에 살았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J.S.BACH, 1685-1750)의 연주곡으로 구성한 전시와 악기의 다양성으로 그 음악을 21세기 적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연주 곡의 구성은 이러했다.  


PROGRAM


1. 토카타와 푸가 D단조(Toccata and Fuga in D minor for Electric Violin, BWV565)


2. 소나타 1번 G단조(Sonata No. 1 in G minor for Violin, BWV1001)

Ⅰ. Adagio

Ⅱ. Fuga

Ⅲ. Siciliana

Ⅳ. Presto


3. 모음곡 6번 D장조(Suite No.6 in D Major for Violoncello da spalla, BWV1012) 

Ⅰ. Prelude

Ⅱ.  Allemande

Ⅲ. Courante

Ⅳ. Sarabande

Ⅴ. Gavotte 1&2

Ⅵ. Gigue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음향 연주)

(Intersected with improvisations on electronic violin and loop-station)


* 오늘의 앙코르 *

Improvisation Hommage a Didier Lockwood

소나타 2번 A단조 BWV1003, 안단테   




1. 토카타와 푸가 D단조(Toccata and Fuga in D minor for Electric Violin, BWV565)


먼저, ‘토카타와 푸가 D단조(Toccata and Fuga in D minor for Electric Violin, BWV565)’곡이다.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당황이나 좌절할 때 사용하는 말 즉, ‘띠로리~’로 알고 있는 바흐의 대표적인 클래식 곡 중 하나이다. 얄팍하지만 곡의 특징을 설명하자면, 가볍고 빠른 음들로 연주되는 ‘토카타(Toccata)’─빠른 스케일과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와 대위법으로 이루어진 ‘푸가(Fuga)’─계속적인 모방과 반복으로 규칙성을 갖고 음들이 이어지는─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첫 도입부터 웅장하게 그리고 때론 빠르게 조용하게 연주되는 이 곡은 빠르고 반복되는 아르페지오와 두 개 이상의 성부가 동시에 움직이는 이유에서 건반악기로 자주 연주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여타의 클래식 공연에서 사용하는 오르간 또는 피아노, 하프시코드 악기가 그렇다. 이러한 악기들로도 연주되지만 이번 공연에서 말로프는 ‘바이올린’으로 자유로운 중음 주법─2성 또는 3성부를 중음으로 연주하는 것─을 선보였다. 단지 바이올린 하나만으로도 풍성한 화음을 쌓아 연주했는데 이는 바이올린 또한 화음을 연주가 가능케 함을, 하나의 악기로도 공연장을 풍성하게 가득 채울 수 있음을 알려주며 초반에 시선을 사로잡았던 연주였다.  

 


2. 소나타 1번 G단조(Sonata No. 1 in G minor for Violin, BWV1001)


한편, 다음 곡은 ‘소나타 1번 G단조(Sonata No. 1 in G minor for Violin, BWV1001)’이다. 이 곡은 바흐가 쾨텐 궁정에서 악장으로 활동했을 때인 1720년경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모음곡을 의미─3곡과 소나타─이탈리아 어로, 소날레(울린다, 연주한다는 뜻) 어원으로서 악기에 의한 실내악을 의미─3곡을 남겼던 곡 중 하나이다. 


소나타 1번 G단조. 총 4악장 즉, 아다지오, 알레그로, 시칠리아노, 프레스토로 구성된 곡이다. 바흐는 ‘바이올린’을 단선율을 넘어서 풍성한 화성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음역과 리듬을 정교히 배치하고 여러 성부를 바이올린 한 대로도 연주가 가능하게 곡을 만들었다. 특징적인 것은 빠르거나 크게 느린 선율의 흐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인데 이러한 악장의 교대로 들으면 다양함과 풍성한 음악적 표현을 한 곡 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세르게이 말로프는 다섯 현으로 이뤄진 ‘전자 바이올린’으로 선보였다. 보통은 네 현의 완전 5도(G-D-A-E)로 이뤄진 바이올린을 사용한다. 그런데, 다섯 현의 바이올린을 사용했다는 점과 울림통 없는 현의 진동과 음향을 전기 신호로 보내 변환하여 앰프로 증폭되도록 한 '전자 바이올린‘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이번 공연의 특별함을 느꼈다.  



3. 모음곡 6번 D장조(Suite No.6 in D Major for Violoncello da spalla, BWV1012)


다음은, ‘모음곡 6번 D장조(Suite No.6 in D Major for Violoncello da spalla, BWV1012)’이다. 이 곡은 바흐가 작곡한 6개 <첼로 모음곡> 중 마지막 곡으로 프렐류드,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가보트 2곡과 지그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크 시대 모음곡은 통상적으로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바드, 지그를 기본으로 하였지만 여러 춤곡의 유행으로 모음곡의 다양한 변주가 일어났고 이 곡 또한 그러한 변주로 만들어진 곡이다. 


세르게이 말로프는 공연에서 악기를 교체하기 위해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내심 어떠한 악기를 선보이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그리고, 꺼내든 악기는 바로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였다.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즉, 보통 무릎 사이에 두고 연주하는 첼로가 아닌 어깨에 대고 연주하는 첼로다. 일명, '어깨 첼로‘이다. 개인적으로는 악기에 대한 궁금증과 연주 시의 어떠한 울림과 음색, 연주자의 연주 모습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공연을 관람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보니, 멀리서의 크기로 보기는 했지만 악기가 바이올린과 비올라보다는 크고 첼로보다는 작은 크기로 보였다.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는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저음역의 악기이다. 기존의 첼로와 같이 악기의 4줄은 도-솔-레-라(C-G-D-A)이며, 다섯 번째로 추가된 줄만 라(A)에서 완전 5도 위의 음 미(E)로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주를 들으며, 저음역대와 추가된 줄로 고음역대까지 음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연주되는 곡의 흐름들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저음에서 묵직한 울림과 안정감 등을 느꼈다면, 가끔씩 등장하는 고음과 저음에서 고음으로 점프하듯 뛰어오르는 음에서는 긴장감과 경쾌함 등을 받기도 했다. 


한편, 세르게이 말로프는 이번 모음곡을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뿐만 아니라 일렉트릭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굉장히 다양한 악기들을 선보이며 수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냈고, 하나의 바이올린으로 현악 3중주 이상의 풍성함 또한 보여주었다. 바로크 시대에는 다양한 악기 문화 중 특징은 다양한 악기들의 공존하며 연주되었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서 있어 세르게이 말로프의 공연이 그 의미를 다하지 않았나 싶었다. 오늘날의 바흐 연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 밖에도, 세르게이 말로프는 ‘오늘의 앙코르’ 2곡을 선보였다. 그리고, 루프 스테이션(Loop Station)을 사용해서 곡을 다채롭게 했다. 루프 스테이션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실용음악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악기이면서도 많은 뮤지션들이 사용하고 있어 익히 알고 있을 악기일 것이다. 그래서, 이 악기의 사용은 현대적으로 바흐 연주의 색다름을 선보여주는 것 같아 새로웠다.


또한, 바로크 시대에 다성 음악과 즉흥 연주가 특징이었는데 말로프 또한 루프 스테이션으로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해 바이올린의 다양한 연주법 즉, 활을 떨어뜨리듯 소리내거나 두드리거나 왼손 지판 가까이 연주하는 등 베이스 음을 형성하고 선율을 자유롭게 쌓고 마지막으로는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굉장히 즉흥적인 이면서도 자유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 점들은 그가 가진 연주의 특징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지라 그 감명 또한 깊었다. 가히, 21세기 바흐 음악 연주의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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