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Mar 21. 2020

영화를 보고 여행을 떠나는 건 미친 짓이다.

녹색 철교 위에서 만난 또 다른 제시와 셀린

비엔나에 간 건 철저히 <비포 선라이즈> 때문이었다.

제시와 셀린이 이상한 소, 멕시코인, 러시아인, 공산주의자까지 나온다던 이상한 연극 소개를 듣던 그 녹색 철교.

이 곳을 찾아간 게 용할 정도로 주변에 뭐하나 없는 고요한 동네. 휑한 밤길, 구글맵 상의 '비포선라이즈 촬영지'라는 설명만이 이 곳의 존재감을 일러주고 있었다.

제시와 셀린이 아무리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한들, 이 곳은 걷다가 로맨스 파괴될 법한 외딴 장소였다.

다만 영화 덕에 미친 짓을 하는 나 같은 여행자들이 있었고, 그들 중 누군가는 이 곳에서 이름 모를 제시와 셀린이 되어 로맨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여행과 사랑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첫째, 둘 다 조금 미치면 행복하다. 둘째, 행복한 추억은 오래 남는다. 셋째, 끝난 후의 여운을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적(Duet with 정인)-비포 선라이즈'를 들으며 마음 울렁이던 나의 미친 짓을, 오랜 후에도 이토록 선명할 것만 같은 여운을 되새겼다. 한 귀퉁이를 접어두었다 수십 번은 꺼내 먹을 것 같은 애착 가득한 책장 하나를 완성했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