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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ul 29. 2019

Sagrada Familia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하는 날을 기다리며 둘러본 바르셀로나는 말 그대로 '가우디의 도시'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내가 아는 게 가우디뿐이라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구엘공원, 구엘 저택, 까사 바트요, 까사밀라까지. 가우디의 흔적만 밟기에도 벅찬 나흘이었다.

날 이곳 바르셀로나로 이끈 그 사람은 도시를 사랑하고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멋진 글쟁이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고. 그 시절 그 사람과 나는 20살을 갓 넘긴 나이였으니, 가장 겁 없고 열정적인 시간을 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한 해가 기울어갈 때가 다가오면 점점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두려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미래를 꿈꿨으니 글을 쓰는 설렘보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사람도 분명 그랬을 거다. 누구보다 도시와 건축을 사랑했고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던 건축학도였으니 말이다.

'당신은 가우디의 흔적을 밟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요?'

'나는 이런 시시콜콜한 생각에 꼬리를 물고 글을 쓰고 있어요.'


가까스로 한국에 돌아오기 하루 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했다. 사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양은 워낙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 엄청난 감흥 같은 건 못 느꼈는데, 내부에 들어서고는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 설계하고 착공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높은 천장, 어느 곳 하나 허투루 다듬은 곳이 없는 섬세한 대리석 조각, 빛과 만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그 모든 빛과 정성과 환상의 중심에 매달려있는 예수상. 무교에다가 무신론자인 나조차도 이 곳에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실제로 이 곳에 들어서자마자 오열하던 독실한 크리스천도 목격했다. 나는 그 순간 펑펑 울던 그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괴리를 훌쩍 지워버린 초월적 공간이었다.

내가 아무리 글을 쓴다한들 그곳의 감동을 표현할 수 있을까. 펜을 잡는 일보다 삽을 뜨는 일이 주는 감동을 더 크게 느꼈던 첫 순간이었다.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건축과 예술에 있어서는 거의 문외한 수준이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의 경외감을 잊을 수 없어서 완공되는 날 그곳에 있을 생각이다. 그러려면 서른 살 즈음의 나는 꽤 긴 여름휴가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당신이라면 분명 그곳이 완공되는 날 그 앞에 서 있을 것이다.

내가 2026년에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면 그건 당신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서른을 넘긴 당신과 나는 어떤 모습이 되어, 어떤 마음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당신의 서른 번째 생일 즈음, 낯선 도시에서 같은 곳을 바라볼 당신과의 재회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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