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쓰기 시작한 모닝페이지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모닝페이지는 줄리아 카메론이 그녀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소개한 것인데 매일 아침 세 페이지의 글을 쓰는 것이다. 우리를 감시하는 이성이 깨어나기 전에 써야 해서 일어나자마자 쓴다. 첫 시작은 모닝페이지 카페 가입이었다. 지속적으로 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사람들과 함께 하니 쓰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카페 사람들과 모임도 하면서 즐겁게 썼는데 모닝페이지 공책이 10권 넘게 쌓인 후 사느라 바빠서 그랬는지 잊고 살았다. 그러다 작년 11월에 갑자기 모닝페이지를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2021년 11월 1일 오후 4시에 모닝페이지가 아니라 애프터눈페이지를 썼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이틀은 빼먹었다. 새로운 시작에는 항상 고비가 있다. 11월 4일부터는 아침에 또는 새벽에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나흘 빼고 26일을 썼다. 12월에는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모닝페이지를 썼다. 그것도 새벽이나 아침에 썼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심한 야행성 인간이었다. 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잠자는 시간은 계속 늦어져 급기야 아침 7-8시에 잠드는 날도 많아졌다. 이런 내가 싫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갈 생각도 했다. 미국은 낮과 밤이 정반대이니 거기 가면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차마 못 가고 무심한 세월만 흘렀다.
아침에는 항상 비몽사몽이고 오후가 되어야 기운이 났다. 밤 10시부터 조금씩 텐션이 올라가기 시작해서 밤 12시가 되면 하루 중 가장 싱싱한 상태가 된다. 사실 밤에 깨어 있으면 기분이 좋다. 낮과 다른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기에 더 좋았다. 밤만 되면 내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낮에는 생각나지 않던 아이디어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밤의 나는 물을 흠뻑 흡수한 장미처럼 싱싱하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시들 고개를 숙인다. 이랬던 내가 모닝페이지를 쓰고 싶어서 새벽마다 벌떡 벌떡 일어난다. 전에는 이름만 모닝페이지였지 오후나 밤에 쓰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진짜 모닝페이지를 쓴다.
아침에 비타민 주스 한 잔을 가지고 독서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는다. 아들이 독립해 나가면서 생긴 방에 내 책상과 책들을 갖다 놓고 꾸민 방을 나 혼자 독서실이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생긴 나만의 방에 더 멋진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지만 갑자기 생긴 터라 별다른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변화는 갑자기 온다. 물론 나만의 방을 기다린 세월은 길다. 이미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는데 갑자기 이뤄진다.
미라클 모닝도 그렇다. 내 인생에 아침 기상은 없을 것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다. 새벽 기상을 하는 모임에 가입도 했다. 일주일도 못하고 그만뒀다. 그런데 갑자기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이렇게 미라클 모닝이 가능해진 것은 모닝페이지 덕분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면 좋은 일이 자꾸 생긴다. 브런치 작가 신청도 계속 미뤘는데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나의 컨셉이 떠올라 갑자기 지원서 300자를 채웠다. 뭘 쓰고 싶은지도 함께 생각났다. 쌀 포대 끈이 갑자기 주르르 풀리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지원서를 보내고 하루 만에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
예전에 고 구본형 선생님이 아침 두 시간 글쓰기로 모든 책을 완성했다고 하셨을 때 나는 과연 아침 두 시간 글쓰기로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내가 모닝페이지로 아침 글쓰기를 두 달 반 정도 경험하고 나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마음속 생각을 와다다 쏟아내느라 바쁘다. 나의 무의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할 것이 많았다. 예전과의 차이점은 그 과정이 보다 쉬워지고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글쓰기의 기쁨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이 글을 읽고 모닝페이지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