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잘 살고 싶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by Ikuk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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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래 안다. 숫자에 불과하단 거.

그놈의 숫자가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다. 그 현실에 눈칫밥을 먹는 이유가 그놈의 나이 때문이라 생각했다.


매번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만을 탓했다. 뭐 하나 해놓은 것 없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다 내가 모자란 탓이라 생각했다. '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이것도 잠시다. 갑자기 모든 게 내 탓이라고 하니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다시 네 탓, 집안 탓, 사회 탓, 세상 탓, 점점 화살의 끝은 내가 아니라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탓을 해야 내 마음이 덜 아프니깐. 그래야 남아 있는 알량한 자존심 지키고체면이라도 차릴 수 있으니.아무리 그래도 못나 보이기는 죽어도 싫으니깐 말이다.



내가 봐도 나 자신이 참 쩨쩨하다.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누군가가 ' 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어.'라고 말하면

난 분명 두눈에 쌍심지를 켜고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하고 반박하며 지랄을 하겠지.


세상은 내게 아무런 잘 못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잘못이라면 실천은 없고 망상만 가득한 내 꿈 탓. 실천력 제로 , 의지력 제로인 나의 문제다.

분수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나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똑바로 바라보는 게 먼저였는데.

안 되는 모든 이유를 늘 밖에서만 찾고 있었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삶의 의미는 찾는 다고 했지만 매일 일 끝나면 방구석에 처박혀서 티브이나 보고 뒹굴뒹굴 거리고 있다가 스멀스멀 눈이 감기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서 출근하는, 의미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일상을 살았다.


그런데 방구석에 자빠져 있던 어느 날, 또 이런 생각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니 갑자기 한 숨이 쏟아졌다. 대체 왜 이러고 사나? 싶었다.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앞으로 내 시간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이대로 살다 죽을 순 없다'라는 마음이 불쑥 뛰어올랐다.


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준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방구석에서 뒹구르르 굴러 다니던 나의 시간들,내가 그냥 흘려보내는 이 시간들이 그제야 내 온 감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또 시간을 흘려보냈다가는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것 만 같았다.


시간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 공평함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이 모습이 달라진다라는 것을 그제사 알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잘 살고 싶다. 진짜 잘 살고 싶어. 행복하게 말이야.



그래. 일단 움직이자. 그리고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내 수준에 맞게 조금씩 바꾸어 나가 보자.

그렇게 나는 2월부터 티브이를 보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집어 들었다.

이 녀석이라면 저비용 고효율로 내 성장을 도와줄 최고의 도구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다.


그렇게 지금까지 6개월 동안 티브이를 끄고 책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내가 와 주기만을 기다려는 녀석.그리고 나에게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녀석.

내가 해 낼 수 있는 꿈을 꾸게 만들고, 그 꿈을 향해 현실을 직시하면서 주어진 이 순간의 시간을 살아 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는 녀석. 요즘 이 녀석 때문에 삶이 즐겁다.


녀석과 함께 하는 순간이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사그라든다. 온전히 나와 녀석에게만 집중한다.


고마운 녀석. 앞으로의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다가올 앞으로의 시간들이 설렌다.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어준 이 녀석에게 그저 감사한 오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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