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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Oct 08. 2019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들이 되살아나

세상과  당신을 향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 24일 차 질문


각 개인은 모두 자신의 역사가입니다. 자신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나요?





내 마음속엔 두께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하얀 백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중얼거리는 혼잣말을  생각 속에서만 쓸 수 있는, 형체라고는 없는 오로지 나만 쥘 수 있는 펜으로 마음속 백지에 나만 아는 비밀 이야기들을 써왔다. 나만 알아챌 수 있는 언어로 혼자 꺼내보고 되뇌었었다.


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늘 마음속 백지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바로 2019년 올해가 오기 전까지.


예전엔 마음속 백지에 쓴 문장들이 뒤엉켜 이러다간  도저히 내가 죽을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은 어떤 날에만 진짜 펜을 들었다. 중얼거리던 혼잣말의 감정들을 마침표를 찍지 않은 채 끝없이 적어 내려가곤 했었다. 나만 아는 이야기.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 나만 보았던 당신의 마음. 세상이 나에게만 주었던 감정들을 미친 듯이 적어 내려갔다.


매일매일이 아닌. 아주 가끔. 마음이 그런 저런 어느 날. 그렇게 적어 놓았던, 예전의 나를 담아 두었던 문장들을 이사하며 짐을 정리하는 중에 다시 만났다. 잊고 있던 과거 속 나를.


봄이라는 계절엔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과 감정들을 내리 적어 내려가기도 했고, 또 어떤 해는 여름과 가을 따윈 없었다는 듯 훌쩍 뛰어 넘긴 겨울 문턱에 다다른 나를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 해에는 한 계절 내내 우울을 달고 살기도 했었고, 또 어느 해 사계절 동안은 매일매일 넘치는 사랑을 하다 끝끝내 이별을 하기도 했던 나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2018년이 오기까지 나의 역사는 마음속 백지와 한 권을 꽉 채우지 못한 노트 속에 드문드문 담겨 있었다.


2019년 3월. 세 번의 아홉수를 맞이하는 봄. 나의 진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마음속에 꽁꽁 담아 두기만 했던 나만의 언어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문장들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해석하지 못해 끙끙댔던 암호 같기만 했던 마음 글도 세상에 조금씩 꺼내 놓으려 하고 있다.


내 역사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마 먼 훗날 과거를 돌이켜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선명한 삶의 경계선은 이렇게 나뉘었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세상과 불소통했던. 오로지 내 세상 안에서만 글을 썼던 삶과 세상과 소통하며 너와 내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문장들이 펼쳐진 삶.

이 경계 사이에서 머뭇거리던 내가 결국엔 나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세상을 향해 꿋꿋하게 전진 또 전진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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