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이야기] 포스텍에서의 2주_IRP

나의 과학고 2학년 겨울방학 이야기

by 지훈

포스텍, IRP 도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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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은 서울대와 카이스트와 함께 제가 꼭 가고 싶었던 대학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포스텍에서 IRP(Intensive Research Program)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학교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되었을 때,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과학전람회와 R&E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꿈을 키워오던 저에게 이 프로그램은 또 다른 도전의 기회였고, 동시에 진짜 연구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기회가 될 것 같았습니다.



IRP란?

이 프로그램은 POSTECH 교수님들이 진행 중인 연구 주제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연구 중심의 교육 과정입니다. 이공계 영재를 발굴하고, 과학 기술의 심화된 이해와 연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연구에 참여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집중된 점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IRP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저는 CRISPR 유전자 가위와 합성생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생명과학과 김종민 교수님 연구실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는 박테리아 내 생체컴퓨터 구현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저는 이 주제를 바탕으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계획서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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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서를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김종민 교수님의 연구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동안 발표된 논문과 연구 과정을 샅샅이 읽어나갔습니다. 특히 Nature 논문에서 다룬 연구를 중심으로, 이를 제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아이디어:

박테리아에 RNA 논리 회로를 삽입해 특정 바이러스나 항원을 감지하면 논리 회로가 동작하여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1. RNA Switch 설계 방법: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나 항원에 반응하는 RNA를 설계.

2. 박테리아 내 삽입 및 작동 확인: Heat Shock 기술을 활용해 박테리아에 Switch RNA를 삽입하고, 논리 회로의 성능을 확인.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며, 실험 과정과 방법론, 연구 목표 등을 구체화했습니다.


또한, 자기소개서를 통해 제가 합성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생명과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동안의 도전정신과 성실함을 최대한 표현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단순히 제가 한 활동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활동들이 어떻게 저를 성장시켰고, 앞으로의 연구자로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담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IRP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난 뒤에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두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였지만, 연구자로서 랩실에 들어가 직접 실험을 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경험은 그보다 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포스텍으로 떠나는 길

고속버스를 타고 포스텍으로 향하던 날, 저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마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죠. 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첫 만남과 캠퍼스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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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에 도착하니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과학고, 영재고 그리고 민사고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열정을 품고 이곳에 모인 학생들이었고,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관심사와 목표를 이야기했는데, 서로의 열정이 전해지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도착 후 포스텍 학생들의 안내를 받아 캠퍼스를 둘러보며 학교의 규모와 연구 환경에 감탄했습니다. 연구실과 강의실, 첨단 장비들이 배치된 실험실까지 둘러보며 이곳이 진정한 과학과 연구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스텍 캠퍼스의 조경과 현대적인 건물들도 인상적이었고, 마치 과학자들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연구실에서의 생활


첫 랩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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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짐을 푼 뒤,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품고 처음으로 연구실에 들어섰습니다. 연구실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었으며, 각종 실험 장비와 자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연구실 벽에는 과거 연구 결과와 논문이 정리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어떤 의미 있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는지 한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맡아주신 조교님은 환영의 인사를 건네며 연구실의 구조와 사용 방법, 실험 장비들에 대해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마치 제가 진짜 과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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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실에서의 하루는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매일 오전 9시에 연구실에 도착해, 오전에는 주로 실험 준비와 이론 학습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교님과 교수님께 세세하게 질문하며 실험의 배경 지식을 확실히 익혔습니다.

예를 들어, Heat Shock을 사용해 RNA를 박테리아에 삽입할 때는 이 과정이 세포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삽입 후 논리 회로의 작동을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학습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조교님과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캠퍼스 내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이 시간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연구와 관련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조교님께서 본인의 대학원 시절 이야기와 연구 경험을 들려주시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저도 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실험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플라스미드 DNA를 추출하고, RNA Switch를 설계한 뒤 이를 박테리아에 삽입하여 논리 회로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일련의 과정은 생각보다 섬세한 작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실수로 실험이 실패하기도 했지만, 조교님과 함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며 실험을 점점 더 정교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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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5시에 연구를 마치고 연구실을 나설 때, 매일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의 간판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내가 이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니.” 짧은 2주라도 이곳에 소속되어 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성취로 다가왔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기숙사에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미래와 관련된 진지한 토론을 나누기도 했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습니다. 같은 열정을 가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제게 큰 위로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포스텍에서 얻은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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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노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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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일부

포스텍에서의 연구 활동은 교과서로 배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II에서 배우던 유전자 가위와 DNA 조작 기술이 실험실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론이 단순히 “글로 된 지식”에서 “현장에서의 응용”으로 연결되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실험이 실패했을 때 그 이유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문과 참고 자료를 분석하며 얻은 배움은 교실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이 있는 성취감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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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모든 참고 문헌과 자료는 영어로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논문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지만, 번역기를 사용하며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조교님과 교수님께서 사용하신 전문 용어들이 서서히 친숙하게 느껴졌고, 점점 연구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동료와의 협력


IRP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교류 또한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연구뿐 아니라 꿈과 목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과학자로서의 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이후 각자 카이스트, 포스텍, 서울대 등으로 진학해 저마다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주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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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는 단순히 수료증을 위한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저를 진정한 과학도의 길로 이끌어주었고,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론과 실험이 연결되는 과정을 몸소 경험하며, 연구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습니다.


랩실에서의 2주는 짧았지만, 제가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과학자로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배운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이 지금의 저를 형성하는 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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