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학고 3학년 이야기
IRP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뒤, 저는 다시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독서실과 학원을 오가며 공부하는 생활은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공부에 대한 즐거움이 생겼다는 점이었습니다. IRP를 통해 연구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으며 공부의 본질적인 재미를 깨달았고, 과학자로서의 꿈이 한층 더 구체화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함 속에서도 무거운 짐을 한결 내려놓은 듯한 마음으로,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개학날,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3학년의 주요 커리큘럼은 AP 과목들로 이루어졌습니다. AP 과목은 영어로 된 강의와 시험 문제를 기반으로 진행되었고, 과목 자체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장벽까지 더해져 더욱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AP 일반생물학을 선택했습니다.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죠. 하지만 그 선택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영어로 배우고, 복잡한 개념들을 이해하며,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공부법
이 과정에서 저는 스스로의 공부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수업 내용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자신만의 개념집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배운 내용은 반드시 같은 날 복습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자료를 찾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는 단순히 주입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용을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3학년 시절은 저에게 전자기기가 처음으로 허용된 해였습니다. 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학습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전자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생명과학 전문 용어(Terminology)를 암기하기 위해 플래시카드 프로그램을 활용했습니다. 플래시카드를 통해 반복적으로 용어를 학습하며, 영어와 생명과학이라는 두 가지 난관을 동시에 극복하려 노력했습니다.
- 아이패드를 활용해 학습지와 필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학습 자료를 과목별, 단원별로 분류하고, 필요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면서 공부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단순 암기보다 체계적으로 개념을 연결하고 이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학습량과 반복되는 공부는 제 몸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습니다. 매일같이 펜을 잡고 노트와 씨름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손에 수전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펜을 쥘 때 손이 떨리는 현상은 저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며 공부를 이어갔고, 손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자주 스트레칭을 하며 최대한 신체적 부담을 덜어내려 노력했습니다.
운동 부족도 큰 문제였습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다 보니 체력이 떨어졌고, 작은 부주의로 손목이나 발목을 다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한 번은 발목 부상을 심하게 입어 깁스를 하고도 공부를 이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신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저는 공부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는 비록 힘든 시간이었지만, 제게 한계를 넘어서는 끈기를 길러주었고, 작은 성취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뼈를 깎는 노력 덕분에 성적도 점차 향상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1등급 후반이라는 성적을 얻게 되었고, 이는 스스로에게 큰 성취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성적을 올렸다는 것만이 저를 기쁘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패”라고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음을 깨달았던 순간, 저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성적이라는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성장을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저는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만약 조기진학을 성공했다면 지원하지 못했을 대학들을 쓸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카이스트에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 연습과 자기소개서 작성에 전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는 그동안의 경험과 활동,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꿈과 비전을 담아내고자 여러 번 수정하고 다듬었습니다. 면접 준비 역시 철저히 했습니다. 예상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답변을 연습하며, 제 이야기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노력을 쏟은 끝에 카이스트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합격자 발표 홈페이지에 접속해 제 이름을 확인하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순간 느꼈던 기쁨과 안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졸업. 어찌 보면 한 여정의 끝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성장과 행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년의 여정은 단순히 성적과 결과를 쫓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공부의 진정한 즐거움과 가치, 그리고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얻는 성장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저를 이끌어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며,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제 이야기가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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