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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종교는 본질적으로 같다.

다수의 인간들

by 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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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종교라는 두 체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구조 중 하나로, 서로 다른 지점에서 발달했음에도 불

구하고 놀라울 만큼 비슷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가를 생각해 보면, 헌법이라는 근간을 바탕으로 법률과 제도가 차례로 덧붙여져, 방대한 행정과 사법 체계가 수립됩니다. 그렇게 마련된 규율은 정치인과 관료, 법률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집행되고 유지되지요. 한편, 종교는 경전을 근본적인 규율로 삼아 신앙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신학자와 성직자가 보존 및 해석합니다. 규모가 커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와 종교는 모두 더욱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는 구조를 갖추게 됩니다.


우선 국가는 방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삶에 깊숙이 관여합니다. 헌법은 국가가 존재하는 철학적 토대와 방향성을 제공하며, 법률은 구체적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규범이 됩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중심으로 수많은 관료와 법률 전문가들이 이 체계를 운영하지요. 경제, 국방, 외교, 교육, 치안 등등, 국가가 관여하는 분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국가는 이러한 영역에서 거대한 조직을 갖추고, 국민들이 규율을 따르도록 만들며, 그 규율을 어길 경우 처벌을 가하기도 합니다.


종교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습니다. 종교의 공동체는 경전을 근본 규율로 삼으며, 경전이 제시하는 가치와 가르침을 통해 신자들의 삶을 안내합니다. 성직자나 신학자는 경전을 연구하고 해석하며, 교리와 의식, 전통을 형성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종교는 조직이 분화되고, 학교나 연구소, 문화 사업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많은 종교단체는 신자들의 일상까지도 규범화하고, 다양한 행사와 의식을 통해 집단의 결속을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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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묘법연화경


국가와 종교가 다루는 분야는 다르지만, 개인이 속한 집단에 체계와 규율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둘 다 여러 사람을 하나의 개념 아래 묶어두고, 그렇게 모인 다수의 에너지를 더욱 확실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국가는 국민이라는 이름 아래, 종교는 신자라는 이름 아랫사람들을 규합합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공통된 규범은 이들을 결속시키고, 그 결과 집단은 커다란 힘을 얻게 됩니다.


물론, 국가는 헌법과 법률을 통해 구체적인 행정과 제도를 운영하고, 종교는 경전을 통해 신앙과 교리, 의식 등을 강조합니다. 한편, 둘 모두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내부 갈등을 경험합니다. 국가 안에서는 정당, 노동조합, 직업협회, 시민단체 등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경쟁하며, 주류 세력과 비주류 세력이 충돌하기도 합니다. 종교도 마찬가지로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가톨릭과 개신교, 혹은 그 내부의 수많은 분파처럼 서로 다른 해석과 교리를 둘러싸고 갈등합니다. 이처럼 내부적으로 분화되는 현상은, 집단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동시에 각자가 주장하는 해석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과정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거나, 특정 집단이 과도한 권력을 얻게 될 경우, 다른 집단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국가는 법률을 통해 시민의 행동을 규율하고, 종교는 경전과 전통, 성직자의 권위를 통해 신자들의 삶에 개입합니다. 서로 다른 소집단이 갈등할 때, 국가에서는 이를 법과 제도로 조정하고, 종교에서는 교리나 교단의 권위로 판정을 내리곤 하지요. 이 과정에서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국가나 종교의 체계가 본래 추구했던 안정과 조화는 깨질 수 있습니다.


국가와 종교라는 거대한 체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개인에게 큰 안정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때로는 자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와 종교를 자의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타의적으로 소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어나 보니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거나, 불교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나, 기독교 신앙을 가진 가정에서 성장한 경우가 좋은 예지요.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성장 과정에서 개인은 국가와 종교가 제시하는 가치와 규범을 비판 없이 수용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그 구조를 의심하며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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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http://www.bba48.or.kr/2023-3.php

저 역시 마찬가지로 태어날 때부터 한국인이었고, 무교에 가까운 불교적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라왔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 체계를 단순히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였고, 학교에서 배운 국기에 대한 맹세나 교과서에 소개된 나라 사랑, 가정에서 겪는 불교적 행사 등을 자연스럽게 습득했습니다. 그러나 자아가 형성되고 비판적 사고가 자라나면서, 내가 속한 국가와 내가 관습적으로 접해온 불교적 요소들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왜 국가라는 큰 조직이 내 삶에 많은 규정을 두는지, 왜 특정 종교의식을 치러야 하는지 스스로 의문을 갖게 되었지요.


이때,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규율이 충돌하는 지점이 드러납니다. 국가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국방과 치안, 교육, 복지 등 안전망과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세금과 법규, 혹은 다양한 제약을 요구합니다. 종교 역시 정신적 안정과 공동체의 연대감을 주지만, 교리와 의식을 통해 행동을 제한하고, 신앙인을 교단의 가치에 맞춰 살아가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제약이 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자유나 개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갈등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의지로 국가나 종교를 따를 것인지, 혹은 강압적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복종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타의적 소속이라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속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얻고, 더 나아가 자의적 선택으로 받아들여 의미 있는 체계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와 종교가 요구하는 규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때로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가와 종교 모두, 본래는 사람들에게 안정과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생겨난 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헌법과 법률로 사회를 돌아가게 하고, 종교는 경전과 교리로 신앙 공동체를 하나로 묶습니다. 문제는 그 질서와 체계가 어느 시점부터 타율적 강제로 바뀔 때입니다. 즉, “나는 왜 이 규율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면서도, 그저 집단이 정해놓은 규칙이라서 무조건 따른다면, 그 집단의 힘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집단은 개인을 억압하거나,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강화하여 갈등을 부추길 위험이 생깁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는 국가 간 전쟁이나, 종교 간 분쟁의 형태로 무수히 나타나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와 종교라는 체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우선,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 체계에 속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그 구조를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면, 국가와 종교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왜 이런 규율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이 구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부분적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집단이 더 건강해지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의문과 성찰은 국가나 종교가 그 본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대에 맞춰 발전해 나가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국가나 종교가 극단으로 치달아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특정 신념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여 갈등을 양산하는 경우에는 비극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종교 내에서 이단 논쟁이 벌어지거나, 국가 간 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그렇습니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개인들이 자의적 선택과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집단을 운영하고 그 방향을 제어해 나가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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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국가와 종교는 인간이 확실성 안정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거대한 체계이자, 그 안에서 개인이 자신의 자유와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장치입니다. 내가 그 안에 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태도로 그 규율을 받아들이고, 또 어느 부분에서 의심하고 대안을 찾을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은 더 성숙해질 수 있고, 국가와 종교 역시 외부의 반성과 내부의 비판을 통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가와 종교가 추구하는 확실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과 단결을 느끼게 해 주지만, 그 확실성이 개인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억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 체계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국가와 종교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지만, 그 주어진 환경에서 어떠한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자유까지 존중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든 종교든, 그리고 어떤 집단이든 간에, 인간의 다양성과 자유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집단이 유지되고 발전해야만, 이 거대한 체계가 진정 인간에게 이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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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KAIST 직업 학생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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