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有始有終

by 지훈

논어 자장편에서 유래한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시작했으면 끝맺음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더 깊은 통찰이 숨어 있다. 이 말은 본래 “시작과 끝을 온전히 갖춘 자는 성인뿐이다”라는 맥락에서 나왔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대개 어떤 것을 시작해도 그것을 온전히 마무리하지 못하며,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유시유종의 이상을 좇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길이고, 살아간다는 행위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시작이 있다는 것은 끝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끝이 있다면 시작이 있었음을 뜻한다. 시작과 끝은 결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서로를 증명하며 공존한다. 끝이 곧 시작이 되고, 시작이 곧 끝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인생은 그 연속성 위에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태도는 크게 달라진다. 시작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끝을 해방으로 느낄 수도 있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모든 것이 모호하게 느껴진다. 방향도 흐릿하고, 경계도 애매하다. 시작과 끝,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옳음과 그름, 모든 것이 불분명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 모호함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본질이 아닐까. 세상이 애초에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매순간 선택하고, 흔들리며, 또 길을 찾아간다. 그 안에서 절대적인 것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흔들리더라도, 가야 할 방향이 불확실하더라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 유일한 답일지도 모른다.


행복이 오면 절망도 올 것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이치다. 하지만 절망이 온다 해도, 그 안에서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임을 나는 안다. 우리는 감정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미래를 미리 짐작해도 그것이 현실이 되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미래가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의 감정을 직시해보자. 선택을 내리는 그 찰나의 떨림,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의 솔직한 마음, 그 모든 감정들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배워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선택과 감정, 실패와 깨달음, 후회와 수용,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앞으로의 나를 예고한다.


무수한 세계선들 속에서 나 하나의 세계선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빛나고 있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선택한 순간, 내가 느낀 감정들이 만든 이 유일무이한 궤적. 그것이 곧 나라는 존재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 빛은 비록 작고 흔들릴지라도 결코 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실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살아온 자의 궤적은 언제나 가장 빛난다.


오늘이라는 날도 그러하다. 나는 또 하나의 끝에 도달했지만, 동시에 또 하나의 시작 앞에 서 있다. 유시유종. 그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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