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에 젖으며 하늘을 바라본다.
빗방울은 다시 만나길 고대하나, 그 마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 채 조용히 스며드는 듯 보인다. 회색빛 하늘 아래 선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오래된 기다림 하나를 떠올린다. 말 없이 흐르는 시간, 스쳤던 얼굴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타닥, 타닥.
지붕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치 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이 추는 왈츠 같다. 애틋하고 경이롭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홀로 떠나는 일이 얼마나 막막한지를 알기에, 나도 조용히 마음 한켠에 작은 구슬 하나를 넣어본다. 그것은 이해이고, 염원이다.
세상은 의미 없는 기류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사람들은 스치고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진다. 누군가는 예상과 전혀 다른 목적지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다시 만나는 순간의 환희는 그 모든 엇갈림과 기다림을 다 품어낸다. 축포처럼 터지는 재회의 아우성은 조용히 내 마음을 뒤흔든다.
나는 우산을 내린다.
그들에게 나는 언젠가 벽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민 무심한 우산이 누군가의 손길을 막았을지도.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우산을 털며 소망을 건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언젠가 그 얼굴을 웃으며 마주할 수 있기를.
차가운 바람이 도는 오후. 그러나 오늘따라 지면은 유난히 따뜻하다. 그것은 어쩌면 이 기다림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조용한 예감, 그리고 다시 피어날 희망의 온기일지도 모른다. 빗방울이 춤추듯 떨어지는 이 순간, 나도 마음속에서 조용히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