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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새벽마다 터미널로 데려다주는 남편

by 유정세이스트

월요일은 오전 6시 20분,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6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두정역 근처에 있는 집에서 신부동 고속버스터미널까진 차로 6~7분 정도가 걸린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그럼 너무 일찍이 집을 나서야 하기에 평일엔 남편이 매일 날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남편도 얼마나 힘들까.


퇴근 후, 다음날 아기가 먹을거리를 만들고 신나게 놀아주고 나면 난 완전히 방전 상태. 화장도 지우지 못하고 아기보다 먼저 눈을 감아버릴 때가 부지기수. 극한의 피로에 끙끙 앓으며 자는 나를 대신해, 남편이 아기를 재우고 거실에 흩뿌려진 아기의 장난감을 치워준다. 그리곤 칼퇴를 하느라 미처 못다한 업무까지 처리한 후에 잠드는 상황의 연속.


내가 복직을 하고, 천안에서 서울로 장거리 출퇴근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로 남편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지고 있다. 잠이 부족해서인지 말도 어눌해지고, 돌아서면 까먹고, 피부도 까칠하다. 그런 남편을 보면 미안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 역시 죽을 맛인 상황에서 남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따뜻한 말 한마디뿐인데...


그 간단한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수면 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나 역시 예민해졌다. 그러니 남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는커녕 날 선 짜증을 낼 때가 더 많다. 남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면서도, 온갖 잔소리와 짜증을 늘어놓을 때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남편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인데...새벽마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날 데려다주느라 죽을 맛일 텐데...그런 사람에게 "고맙다"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건네고 있으니..


오늘도 어김없이 날 데려다줬던 남편. 그런 남편의 피곤한 얼굴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 착잡한 마음으로 회사에 도착해 밀린 일들을 처리해놓고, 용기를 내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자기야 아기 보느라 고생 많아.

오늘 데려다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남편은 아기 아빠라 당연한 거라며, 되려 내 걱정을 했다. 더 미안하게...


누적되는 피로에 절여진 우리 남편,

그리고 엄마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우리 아기.

워킹맘을 선택한 언니를 대신해 조카의 하원과 보육을 도와주는 내 동생.


이 세 사람한테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8월 19일에 복직을 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잘 달려오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 이대로 가도 되는 게 맞는지,

고민과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워킹맘...각오는 했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

하루하루 어렵고 하루하루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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