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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16. 2021

출근길에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20대 직장인의 아침 출근길 단상

커피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좋겠다.


매일 아침 8시 30분, 노트북이 담긴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골목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9호선 언주역이 눈에 보인다. 회사까지 가는 버스를 타러 발걸음을 재촉하는 길에는 커피빈이 있다. 그 곳을 지나갈 때면 항상 창가에 사람들이 노트북을 켜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이키며 본인의 일에 몰두하고 있다. 무척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이들도 눈에 띈다. 그들을 보면 왜 이렇게 부러운지 모르겠다. 아침 시간이 저렇게 여유롭다는 것. 물론 직장인일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편안한 트레이닝복이나 레깅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출근 시간이 늦은 직장인이거나 프리랜서 혹은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겠지. 

한껏 구겨진 얼굴로 터벅터벅 출근을 하는 나와 달리,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보면 가끔은 짜증이 날 때가 많다. 나도 그들처럼 아침 시간 한껏 여유를 부리며 커피를 마시고 회사가 아닌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 지금 나를 위해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퇴근 후나 주말에 몰아서 하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휴, 언제쯤 나도 아침에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평일 아침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만 할애할 수 있을까. 

출근을 하면 도대체 어떤 것부터 해야될까.


요즘 할 일이 많다. 일 욕심이 많은 탓에 할 것들이 계속 늘어난다. 새롭게 플랫폼을 세팅해서 신경 쓸 것들이 적지 않다. 업무들이 지속적으로 쌓이니 우선 순위를 정하기가 힘들다.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되는 것일까. 나름 고심해서 중요도를 정해 처리 순서를 결정하여 빨리 처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이면 도대체 어떤 것부터 해야 좋을지 머리를 쥐어 뜯는다. 


난 플래너 중독자다. 플래너가 없으면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내게 플래너는 곧  일과 같다. 그래서 언젠가 플래너 없는 삶을 살 수 있길 매일 기도한다. 일하지 않고 돈을 벌며 살 수는 없겠지. 언젠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내 꿈은 다른 거 없어. 돈 많은 백수가 되는 것. 그게 유일해"라는 말을 여자 주인공에게 한 적이 있는데, 나도 그러하다. 일을 하지 않고 오로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며 살고 싶다.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내 책이 빨리 나와야 되는데, 작업 속도를 높이자.


지난 6월부터 독립출판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 사실 이렇게 스스로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은 줄 몰랐는데. 원고까지는 잘 해보겠는데 디자인도 신경써야 되고. 챙길 것도 많다. 아니다. 사실 원고도 자꾸 욕심이 생기는 탓에 몇 번을 고치고 다시 썼는지 모른다. 아마 5번쯤은 수정 작업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것도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쓰고 나서 보면 마음에 안 들고, 도대체 이걸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 읽을까 싶고. 덕분에 자꾸 작업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회사 동료들도 모두 내 책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을 줄여서라도 작업 속도를 앞당겨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특히 온전히 혼자인 출근길에는 더더욱 깊게.


어떻게 하면 여동생을 더 잘 도와줄 수 있을까.


가족들을 사랑한다. 아빠, 엄마, 여동생, 늦둥이 남동생까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 다행히 여동생은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어 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여동생은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다. 미처 동도 트기 전, 홀로 일어나 급하게 준비를 하고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내가 미리 사놓은 두유 하나만 챙겨 노량진으로 떠나는 동생을 보면 마음이 저려온다. 


아침 일찍 일어나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데, 사실 나도 출근을 해야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늘 제대로 아침 식사 한 번 차려주지 못한다. 고단한 수험 생활에 지쳐 가는 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늦은 밤에야 귀가하는 그녀를 뜬 눈으로 기다려 "갔다왔어~?"라고 말하며 밝게 인사를 해주는 것. 배고프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미리 준비해둔 간식거리를 내놓거나 떡볶이, 치킨, 피자 등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을 주문해 주는 것 뿐이라 늘 미안하다.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늘 그러지 못하는 것만 같다. 


동생과 함께 공부하는 공시생은 어머니께서 케어를 잘 해주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울컥한다. 동생도 엄마와 함께 있었다면, 훨씬 공시생 생활이 수월했을 것인데. 요리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고, 집안일도 능숙하지 못한 데다가 각종 원고 작업 및 회사 생활로 바쁜 언니는 언제나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동생의 눈에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알람 수십개를 맞춰도 잘 일어나지 못하며 늘 피로에 휩싸여 있는 동생을 보고 있노라면 제발 빨리 합격해서 이 험난한 시기를 떨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건 아마 동생 본인도, 다른 식구들도 같은 생각이겠지.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 많은 사람보다 글을 잘 쓰는 이가 부럽다. 어떤 주제든 막힘 없이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 늘 글과 가까이에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여전히 내 글은 엉망진창이다. 미사여구가 많고 비문도 상당하다.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잘 알기에 더욱 매일 쓰려고 노력한다. 노력의 힘을 믿는다. 다른 분야에서는 모르겠지만, 글쓰기의 세계에서 만큼은 매일 흔들림 없이, 꾸준히 쓰는 사람이 더 좋은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다른 것을 다 내려 놓아도 글을 쓰는 것만큼은 손에 꽉 움켜쥐고 절대 놓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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