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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an 10. 2022

생각이 많은건 '죄'라고 생각했다

난 지나칠 만큼 생각이 많다. 


아직 머나먼 미래의 일이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도 고심한다. 부질없는 짓임을 안다. 그래서 늘 마음이 무거웠다. 모든 일을 가볍게 생각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떻게 항상 모든 일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 난 아주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며칠 동안 끙끙 혼자서 앓는데.' 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많은 건 죄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멋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괴롭혔다.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나를 호되게 나무랐다. 제발 좀 생각을 멈추라고. 

그런데, 정말 신기한건 이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에게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다. 머릿 속을 휘감은 생각들을 메모 앱이든 다이어리든 노션이든 무엇이든 켜서 적었다. 

내가 회사에서 실수를 했던 것이나, 누군가 내게 날카로운 말을 했던 것이나, 친구가 다정한 말을 해주었던 것이나, 땀 흘리며 공들여 만들었던 요리를 결국 망쳤거나, 면접을 보러갔다가 길을 헤매어 지각을 했던 일에서 피어난 생각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아주 세세하게, 자세하게. 


이 기록들을 모으고 모아 독립출판에 도전할 수 있었고 결국 난 '엄마, 서울은 왜 이래?'라는 책을 낼 수 있었다. 재빠르게 책을 읽어 구입한 분들은 다들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유정님, 책 내용이 너무 리얼해요."
"작가님, 어떻게 이렇게 실감 나게 글을 적으시나요?"
"유정 씨, 글이 너무 술술 읽혀서 1시간 만에 다 봤어요."

독자들, 지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책에 적힌 모든 내용이 내가 실제로 겪은 일임과 동시에 해당 사건들에 대해 아주 깊게 내가 생각한 것들을 글로 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는 어쩌면 남들이 보기에 좀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점들이 많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그렇다. 누군가 '이 작가는 왜 이럴까?'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모든 글들은 앞서 말했든 순전히 내 생각에 기반한 것들이니까. 또한 에세이는 '나의 부끄러움도 과감하게 드러내는 솔직한 글'이라고 배웠으니까. 

부끄럽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솔직한 심정, 생각, 모난 마음을
사람들에게 글을 통해 보여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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