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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an 21. 2022

라디오 인터뷰 도전기

포항 KBS 라디오 '생생매거진 동해안 오늘'

얼마 전에 올렸던 브런치 글에 댓글이 달렸다. 일하다가 잠깐 짬이 나서, 자세히 읽어봤더니 세상에나 라디오 출연 제안이 아닌가. 메인 작가님이 댓글을 남겨주신듯 했는데, 대체 내 글을 어떻게 검색해서 보신 건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제 막 책을 출간한 무명 작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녹화도 아니고 생방송인데, 게다가 난 말도 조리 있게 하는 편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밀려와 작가님의 제안에 회신을 하지 않을까도 고민했다. 혼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을 하다가 말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상황을 자세하게 말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니 엄마는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다. 

"무조건 해야지"

이렇게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다니. 작가의 인생에서 더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라며 용기를 주는 엄마를 믿고 책상으로 돌아와 바로 작가님께 회신을 했다. 그로부터 이틀쯤이 흘렀을까. 작가님으로부터 방송용 대본이 도착했다. 방송작가 경험이 있기에 늘 익숙한 대본이지만, 막상 출연진 이름에 내가 적혀 있으니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대본을 받자마자 살짝 현기증이 나면서 긴장이 밀려왔다. "하겠다"고 당차게 답을 보낸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대본까지 받은 상황에서 돌이킬 수는 없었다. 내가 여기서 안하겠다, 못하겠다고 말해버리면 작가님이 얼마나 난처하실지 불 보듯 뻔하니까. 나도 그런 상황을 숱하게 겪어봤으니까. 



기왕 하기로 한거 잘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작가님께서는 메일로 대본을 건네주시며, 책 속에 어떤 구절을 낭독할 것인지만 미리 적어서 보내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 욕심에 전해 주신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아서 다시 보냈다. 난 진짜 무슨 글이든 재빠르게 쓰는 사람인데,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처음이었다. 부담을 안고 쓰니까, 왜 이렇게 답변 한 줄 적는 것도 쉽지 않은지. 보통이었으면 20분이면 끝날 분량을 거의 1시간 반이 걸려서야 완성했다. 다 쓰고 나니 날씨가 추운데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얼마나 열정을 쏟았으면.

1월 20일 목요일 오후 4시 33분. 


드디어 생방송 인터뷰가 시작됐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잠시 빈 휴게실로 들어가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엄마가 내 인터뷰를 꼭 듣고 싶어했는데, 학원에서 근무를 하는 시간이라 생방송을 청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이라 따로 다시듣기도 안 되고, 설상가상으로 내 핸드폰이 아이폰이라 따로 통화 녹음도 불가능했다. 어찌할 방법이 없어 머리를 쥐어짜고 있던 나를 동료 직원들이 구원해 주었다. 

작가님이 알려주신 라디오 앱을 남자 동료분의 핸드폰에 설치하고, 여자 동료분이 앱에서 흘러나오는 나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두 분의 환상의 호흡 덕분에 녹음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엄마와 아빠를 비롯한 나의 최측근과 지인들에게 무사히 전달될 수 있었다. 

인터뷰는 굉장히 떨렸다. 준비된 원고가 있었지만, 질문을 받을 때마다 눈이 캄캄해져서 무용지물이었다. 아나운서님의 질문에 따라 즉흥적으로 답변했던 터라 전하고자 했던 것을 다 답변하지 못하기도 했다. 얼마나 떨었는지 손에는 땀까지 흥건했다. 그래도 아나운서님의 부드러운 리드에 점점 긴장이 풀렸고, 인터뷰 후반으로 가면서 완전히 긴장이 풀려서 웃을 여유도 생겼다. 

시간 관계상, 작가님께서 알려주셨던 분량보다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다.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한 것치고는 그래도 나름대로 재치 있게 답변을 했으니까. 메인 작가님께서도 "야무지게 잘했다"고 말씀해 주신 데다가 동료들도 박수를 보내주어서 행복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중에 녹음본을 들어본 엄마와 아빠도 "많이 떨지도 않고, 잘했다. 우리 딸, 대견하다."고 한껏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앞으로 또다시 인터뷰를 하게 될 날이 올까. 
또 오게 된다면, 그땐 이번보다 훨씬 더 잘해 봐야지.

많이 힘들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엄마, 서울은 왜 이래?'를 세상에 선보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이런 인터뷰도 했으니.

경주, 포항 지방분들에게
내 책을 소개하고 나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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