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세이스트 Jan 24. 2022

삶의 마지막 순간 느낄 후회가 두려워서.

누구나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는 자신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고 한다. 과거, 어느 의사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환자들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간의 희로애락이 한꺼번에 다 담겨 있는 듯하다고. 실제로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의식이 흐릿해져 가는 순간에 많은 이들이 천장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다가, 갑자기 눈물을 툭 털어뜨리다가, 모든 것을 체념한듯 허망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종교는 없지만, 만약 세상에 신이 있다면 아마 숨을 거둬가기 직전에 잠시 시간을 주며 '그간의 네 인생을 돌아보라'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말 많고, 탈 많았던 생을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보라고. 더는 기회가 없으니. 당신은 이 세상에서 이제 사라져야 하니. 

아직 겨우 20대 후반에 불과하지만,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겠지. 숨을 거두는 순간이 온다면 나에게는 어떤 파노라마가 펼쳐질까. 혹시 후회로 얼룩진 순간들만 한가득 스쳐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무섭다. 

누군가는 내게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산다고'. 부모님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최측근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 인생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저 그렇게 보일 뿐. 누구나 그렇듯 나도 하고 싶은 것을 오롯이 다 하지 못할 때가 허다하고, 이로 인해 후회하는 순간도 상당하다.


훗날 죽기 직전에 이렇게 후회스러운 순간들만 자꾸 보이면 어떡할까. 그땐 돌이킬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 말이다. 그저 후회의 눈물만 떨굴 수 있는 것 외에는 생명이 꺼져가는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후회로 얼룩진 채 눈을 감고야 말겠지. 


후회라고는 단 한 줌도 없는 삶을 꿈꾼다. 어떤 이들은 그런 삶은 불가능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후회 없는 삶이 도대체 어디 있겠냐고. 하지만 믿고 싶다. 내게 주어진 순간에 '아, 이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번쩍 들면, 지나치지 않고 그걸 즉시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후회 없는 삶이라고. 그렇게 믿어버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라디오 인터뷰 도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