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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an 26. 2022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해방촌 입고 후기

'엄마, 서울은 왜 이래?'의 첫 입고처


안녕하세요. 독립출판에세이 '엄마, 서울은 왜 이래?'의 작가, 유정세이스트(한유정)입니다. 독립출판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이 바로 '과연 내 책을 받아주는 독립서점이 있을까?'일 텐데요.


저도 그랬습니다. '반 년간 열심히 만든 내 책을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고심 끝에 이미 독립출판을 진행하신 몇몇 작가님들께 조심스럽게 여쭈었더니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입고 수락을 해주는 곳들이 있을 겁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을 믿고 과감하게 독립서점입고에 도전했습니다. 책 인쇄가 마무리되기 딱 하루 전, 가장 먼저 스토리지북앤필름 해방촌에 입고 메일을 넣었어요. 지난 11~12월 5주간에 걸쳐 스토리지북앤필름 마이크 사장님께서 진행하신 '책 만들기' 워크샵을 들은 직후라, 제일 우선적으로 입고 메일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거든요.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사장님께서 일러주신 방법을 따라 한 글자 한 글자 작성을 했고 메일을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다음날 오전에 입고 수락 메일을 받을 수 있었어요.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입고문의로 저희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고를 부탁드리며, 입고에 관한 내용은 아래의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바로 캡처해서 무엇보다 입고를 가장 염원하셨던 엄마께 보내드렸어요. 아이처럼 좋아하시고, 축하해 주시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입고 허락이 떨어지면, 이제 정성껏 만든 책을 입고하는 일만 남았겠죠? 우편 / 방문이라는 2가지 입고 방법 중에서 전 직접 방문을 선택했어요. 사실, 한 번도 해방촌에 있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을 가본 적이 없기도 했고 또 첫 입고인 만큼 직접 가보고 싶었거든요.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하고 지인분과 함께 택시를 탔어요. 영업시간에 맞춰서 가려면 도저히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서는 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학동역에서 택시를 타고 달리고, 달려 스토리지북앤필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문을 여니, 태재 작가님이 계셨어요. 태재 작가님의 '책방이 싫어서'라는 책을 읽고, 특유의 문체와 분위기에 푹 빠졌었는데 실물로 뵈니 몸이 굳어서 말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섣불리 팬임을 밝히기가 어쩐지 망설여져서 멋쩍은 표정으로 "저, 책 입고하러 왔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제가 건넨 '엄마, 서울은 왜 이래?'의 수량을 확인하시고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진열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선 "꼭 사진 많이 찍어가세요"라고 말씀하시며 슬며시 자리를 비켜주셨어요.


'내 인생에 첫 입고라니, 내 책이 독립서점에 진열되다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자꾸 올라오니 사진도 제대로 못 찍겠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간 지인분이 저를 대신하여 거의 50장 가까이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각도와, 필터로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러고는 책을 몇 권 샀어요. 그동안 읽어보고 싶었던 태재 작가님의 '스무스'와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 만났던 에코백패커스의 '유러피안에코백아카이브'와 남하님의 '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를 구입했어요.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슬쩍 태재 작가님께 팬임을 밝혔죠. 예전에 DM을 보낸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이 나시는지를 조심스럽게 여쭈니 생각이 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드디어 책을 출간하신 것이냐며 기쁜 마음으로 사인도 해주셨죠. 사인해 주신 책은 집 책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모셔두었습니다:)


입고와 태재 작가님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지인분과 숙대입구역 근처에서 거하게 회식을 했어요. 제가 통 크게 한 턱 냈죠. 지인분께서는 "진짜, 멋있다. 결국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전 그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며 시원한 생맥주를 연거푸 들이켰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어쩐지 지난 반 년간 고생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하더라고요. 그리고 반년 간 회사를 다니며, 없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만든 제 자신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책이 잘 팔릴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세상에 내 책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한 권도 팔리지 않아도 너무 속상해하거나, 울지 않기로 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책을 찾아주고 계시네요. 요즘처럼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려니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기쁘고 풍족하네요:D


그때의 저처럼, 아니 어쩌면 지금의 저처럼 독립츨판입고와 관련해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두려움이 밀려와도 그래도 한 번 용기내서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수많은 노력과 열정이 듬뿍 들어있는 당신의 책을 당당하게, 원하는 독립서점에 입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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