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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an 26. 2022

엄마, 나와 함께 책을 쓰시죠

두 번째 독립출판은 '엄마'와 함께

'10권만 팔아도 대박이다'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첫 번째 독립출판물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일이 감사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책 판매 순위부터 확인하고 있는데, 다행히 지속적으로 10위권 안으로 들고 있어 벅찬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곧 순위권에서 금방 내려가겠지만. 


첫 번째 책이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슬슬 2쇄를 찍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두 번째 독립출판물 제작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피어올랐다. 분명 회사 일과 병행하면, 몸 곳곳이 고장 날 것이 분명하겠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할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니다. 두 번째 독립출판물에는 나와 함께 길고 고된 여정을 함께해 줄 동행자가 있다. 바로 우리 '엄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난 왜 그 누구도 아닌 엄마와 책을 함께 쓰기로 결심한 것일까? 

모녀 집필의 시작점은 다름 아닌 카카오 브런치다. 작년 추석, 난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카카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볼 것을 적극 권유했다. 엄마는 "내가 무슨 글을 쓰겠노? 난 그런거 못한다."라고 거부를 했지만, 여러 차례 설득하자 "니가 쓰는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말을 바꾸셨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엄마의 브런치 작가 데뷔를 도왔다.  비록 내가 갑자기 바빠져 버린 탓에 정식 작가 신청까지는 그 후로도 한참이 걸렸지만. 

나와 달리 단번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엄마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꾸준히 글을 쓰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건도 겨우 쓰시더니, 이제는 하루에 1개도 거뜬히 올리시기 시작했다. 놀라운 변화다. 브런치 이야기를 할 때면 엄마의 눈빛이 달라진다. 아니라고는 하시는데, 얼마나 흥미로워 하시는지...! 엄마의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것을 본 지가 실로 얼마 만이던가. 엄마의 모습을 보며, 브런치 작가 데뷔를 권유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했다. 엄마를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한 나를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엄마는 확실히 글쓰기 감각이 있다. 본인은 한사코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 재주가 있다. 미사여구는 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그런 엄마의 능력을 '브런치'에만 국한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첫 번째 책 '엄마, 서울은 왜 이래?'의 입고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하고 잠시 이틀 간의 여유가 생겼을 무렵이었다. 난 늦은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책을 써 보지 않겠냐고. 역시나 엄마 반응은 브런치 신청 때와 비슷했다.

다음의 그 당시, 모녀의 대화다.

엄마_
"엄마 같은 사람이 책을 쓸 수 있겠나?"

딸_
"엄마, 브런치도 하는데 책을 왜 못 쓰는데?"

엄마_

"난 너처럼 글을 길게 못 쓰는데?"

딸_
"길게 못 쓰면 짧게 쓰면 되지! 할 수 있다."

결국 마지못해 엄마는 짧게 쓰는 조건으로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엄마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난 다음날, 즉시 기획안을 써서 보냈다. 엄마와 내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번갈아 가며 글을 써내려가는 형식으로. 15분 만에 대략적으로 작성한 기획안을 보더니 역시나 또 엄마는 할 수 있을까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난 강하게 밀어붙였다. 


"우린, 할 수 있다고! 세상에 보여주자고!" 

이번 설날에는 반가운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보다 엄마와 두 번째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다. 작업 기간 목표는 3개월. 어쩌면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해당 기간 내에 작업을 마쳐 모녀의 합작품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출간을 했지만, 만약 사랑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 이런 합리화가 가능하니까. 
"안 팔리면 어때. 이건 엄마와 딸의 소중한 추억이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아주 귀중한 경험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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